“한국의 첫인상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첫 관문인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검색대에서 근무하는 세관 휴대품 검사관실 ‘마셜(Mar-shal·검사지정관)’ 김지원(金智媛·24)씨.
국내 여성 1호 마셜인 김씨의 임무는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승객 중 밀수범 등의 의심이 가는 사람을 골라내 X선 판독검사를 받도록 하는 일. 그래서인지 김씨의 월드컵 손님맞이 각오는 남다르다.
“자칫 잘못하면 내 행동 하나가 외국인에게 ‘한국은 불친절한 나라’라는 나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밝게 웃고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아무리 친절해도 범법자로 의심받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외국인과의 마찰은 피하기 힘들다. X선 판독검사가 끝나고 아무 이상이 없으면 화난 얼굴로 다시 찾아와 따질 때는 정말 난감하다. 또 여자 마셜이라고 무시하거나 공항을 안내하는 도우미 정도로 오해받을 때는 속도 상한다.
김씨가 마셜 업무를 시작한지는 겨우 110일. 하지만 나름대로 터득한 노하우가 있다.
“처음에는 인상을 주로 봤지만 요즘엔 옷차림이나 짐가방만 봐도 대충 우범자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
특히 중국에서 들어오는 비행기가 도착했을 때 김씨의 몸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된다. 마약 비아그라 한약 등을 몸에 테이프로 붙여 들여오는 등 문제가 있는 관광객이 많기 때문이다.
영어와 일본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는 김씨는 이 때문에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중국 관광객이 더욱 많아질텐데 기본적인 인사나 안내, 간단한 의사 소통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국제펜싱대회 등 큰 국제경기를 치르기 위해 입국하는 운동선수를 많이 겪은 김씨는 월드컵을 맞아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기내에서 미리 방송이나 안내문을 통해 한국의 통관 절차를 간단히 설명해주면 검색대에서의 마찰이 상당히 줄어들 거예요.”
축구 얘기를 꺼내자 김씨의 두 눈이 반짝였다. “중학교 3학년 때 수업시간에 선생님에게 월드컵 축구경기를 보여달라고 조른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경기장을 직접 찾아가는 열성팬은 아니예요.” 그래도 김씨는 한국 국가대표가 다른 나라 팀과 큰 경기를 하면 어김없이 TV 앞에 앉아 중계방송을 챙겨본다. 경기 다음날에는 신문에 난 축구기사도 꼼꼼히 읽는다. “마음 같아선 8강, 4강까지 올라갔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16강에만 들어도 너무 기쁘겠어요.”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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