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 사람들의 애환

  • 입력 2002년 3월 24일 18시 30분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막을 내리게 되면서 특검팀을 구성했던 ‘특별한’ 사람들도 각자 일상의 자리로 돌아가게 됐다.

특검팀은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와 이상수(李相樹) 김원중(金元中) 특검보를 중심으로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 국세청의 공무원들과 변호사 회계사 증권전문가 등 50여명의 ‘보통’ 사람들로 구성됐다.

105일간의 짧지 않은 수사기간. 밤을 새우다시피하면서 앞만 보고 달려온 이들은 수사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체력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평소 고혈압에 시달려온 이 특검보는 격무와 스트레스로 혈압이 치솟았지만 치료할 시간이 없어 병원에서 조제한 약을 ‘퀵서비스’로 받아 복용하기도 했다.

특검 일을 맡기 전에 매일 등산과 헬스 조깅으로 건강을 다져온 차 특검과 동아마라톤 풀 코스를 3시간30분대에 완주한 경험이 있는 김 특검보도 수사 말기에는 “체력이 바닥났다”고 하소연했다.

법을 어긴 사람들을 수사하면서 스스로 법을 어긴(?) 경우도 있었다. 변호사 출신의 한 특별수사관은 수사 초기인 지난해 12월 부인이 출산을 했지만 바쁜 수사 일정 때문에 최근에야 출생신고를 했고 이 때문에 과태료를 물었다.

부인이 맹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이어 두 아이까지 장염 등으로 모두 병원 신세를 지면서 심신이 모두 피곤했던 수사관도 있었다.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새벽까지 야근을 해야 했던 사무보조 여직원들과 방호원들도 ‘고통’을 분담했다. 인천이나 경기 하남시 등에 거주하는 직원들의 심야 택시비는 이들의 일당(2만4000원가량)보다 많기 일쑤였다. 특검 수사가 수사 기간을 두 차례나 연기하며 특검법상 보장된 105일을 꽉 채우자 생업에 바쁜 일부 수사관들은 울상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특검에 참여한 것을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 사생활을 포기하고 일에만 매달렸지만 결과에 만족했다. 전국 각지에서 보통 시민들이 “힘내라”며 보내온 격려 편지와 떡 등 선물도 큰 힘이 됐다. 한 수사관은 “특검에 몸담았던 기간은 평생 잊지못할 보람된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앞으로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질 계획이다. ‘이용호 게이트’ 특검팀의 애환과 기쁨, 보람과 함께….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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