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 강도에 허점 노출…4인조에 농락당한 최정예軍

  • 입력 2002년 3월 24일 18시 55분



한빛은행 중랑교지점 총기은행강도사건의 용의자들이 24일 검거되면서 군부대의 허술한 경계가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들이 은행강도뿐만 아니라 잇따른 군부대 총기탈취사건까지 저지른 동일범이고 강도사건에 사용한 총기와 실탄 모두가 군부대에서 탈취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수도방위사령부에서 K2 소총 2정을 탈취 당해 전 군(軍)에 경계태세 강화지시가 내려진 상황에서 인천 강화군의 모 해병부대에서 실탄 400발을 또 다시 빼앗긴 것은 군의 총기 및 실탄 관리에 총체적인 허점을 노출시켰다는 지적이다.

비록 해병부대가 실탄을 훔친 범인이 2년 전 근무했던 부대였기 때문에 내부 사정을 훤히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병대와 수방사가 군이 자랑하는 최정예부대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크다.

물론 이번 사건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은 10대 시절 잘못 형성된 범인들의 비뚤어진 의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실탄을 훔치는 등 사건을 주도한 주범격인 유모씨(24)는 제대한 뒤 대학에 복학하지 않고 지난해 여름 아버지가 사망하자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무작정 서울로 왔다. 이 과정에서 유씨는 일정한 직업이 없으면서도 옛 여자친구에게 돈을 빌려 고급승용차를 구입하는 등 카드빚을 포함해 모두 1500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유씨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공범 3명은 모두 유씨와 고등학교 동창으로 유씨가 ‘의리’를 내세우며 “은행을 털어 빚을 갚자”고 제의하자 별다른 죄의식도 없이 범행에 가담했다.

그러나 친구들을 공범으로 합류시킨 유씨의 이후 행동은 오히려 ‘전문가’처럼 노련했다. 유씨는 은행강도를 다룬 영화 ‘히트’를 보며 구체적인 범행 계획을 짜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다.

특히 자신의 수첩에 ‘1차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수방사 총기 탈취를 위한 준비물, 주의사항, 행동요령 및 다짐 등을 적어놓았다. 유씨가 적어놓은 주의사항은 ‘범행시간은 군 경계병의 긴장이 풀리는 오전 2∼3시대를, 범행일은 시야가 좁아져 잠입이 수월하고 소리가 잘 나지 않는 비 온 후를, 계절로는 바깥 활동이 드문 겨울을 택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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