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장래〓이들의 가장 큰 걱정은 ‘직업적 안정성’이었다.
과거 많은 이공계생이 희망했던 정부나 기업체의 연구소 진출에 대해서도 재학생들은 매우 회의적이다. 217명의 응답자 중 130명(60%)이 연구원에 대해 ‘사회적 전망이 어둡다’고 응답했다.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
연세대 전기기계공학부의 한 학생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 기업이 제일 먼저 축소한 것은 다름 아닌 연구비와 연구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다시 대학에 입학한다면 이공계에 진학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96명 중 52명은 의대, 25명은 법학과나 경영학과로 진로를 바꾸겠다고 답했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의 한 학생은 “내 자식은 절대 이공계에 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낮은 사회적 대우가 원인〓서울대의 한 학생은 “입학할 때 성적은 상위 1∼2%였지만 사회에서의 대우는 상위 10∼20%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실제로 이공계 위기의 원인이 ‘공부량에 비해 보수 등 사회적 처우가 낮기 때문’(39%)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고려대 전기기계공학부의 한 학생은 “비슷한 성적으로 대학에 들어왔지만 의대생들이 사회에서 받는 대우를 생각하면 억울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엔지니어를 천대하는 사회적 풍조’(35%)도 이공계 위기의 또 다른 주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한 기초교육〓이공계 선택을 후회한 적이 있다고 한 83명 중 20명은 ‘전공 공부가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고교에서 배우는 과학의 수준이 낮고 기본이 잡히지 않았다’는 것.
대학교육 자체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33%에 해당하는 72명은 대학교육의 문제점으로 ‘실험 실습부족’을 꼽았고 26%인 56명은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과정’을 지적했다.
서울대 물리학과의 한 학생은 “이공계 교육이 시장논리에 휘말려 기초학문 투자를 소홀히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상천(李相千) 경남대 과학영재교육센터 소장은 “연구와 후진양성에 힘써야 할 과학기술자들이 자신의 노후를 걱정하는 것이 이공계의 현실”이라며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초중고교와 대학교육이 연결될 수 있도록 과학교육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