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원재연씨(37·부천시 원미구 중동)는 요즘 수채화의 멋과 맛에 푹 빠져 있다.
▼복사골문화센터서 열려▼
색깔 고운 물감을 푼 물을 흠뻑 머금은 붓끝이 하얀 도화지 위를 달리노라면 집안일을 하느라 지친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가벼워진다.
특히 최근 몇 주일은 하루 하루를 마음 설레며 보냈다.
원씨를 비롯해 13명의 주부로 구성된 수채화 동호회인 ‘물소리회’의 첫 작품 전시회가 25일부터 31일까지 부천복사골문화센터에서 열리기 때문.
30∼40대 회원들이다 보니 아이들과 남편 뒷바라지에 하루 종일 한가할 틈이 없지만 밤잠을 줄여 가며 정성을 기울인 작품이기에 주변의 평가가 자못 궁금하다.
물소리회는 3년전 결성된 아마추어 주부 화가들의 모임.
수채화가 너무 좋고 또 수채화를 통해 소리까지도 표현해 낼 수 있다는 뜻에서 이름도 ‘물소리’로 정했다.
회원 중에는 미술학원 강사도 있지만 대부분 이 모임을 통해 수채화와 첫 인연을 맺었다.
1년에 석달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강의를 듣고 붓과 씨름한 것이 전부.
▼전국대회 수상자 잇단 배출▼
하지만 이달초 제19회 경인미술대전 등 큰 대회에서 잇따라 수상자를 배출할 정도로 실력이 급상승했다.
원씨 역시 지난해 10월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수채화 대전에서 ‘그래도’란 작품으로 입선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도봉산에 올랐을 때 뿌리가 드러난 나무를 보며 느낀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그렸는데 뜻밖에 입상까지 했어요”
원씨의 설명처럼 이제 회원들은 자신의 감정을 그림에 이입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성장했다.
회원들은 “일단 모였다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화폭 위의 붓놀림에 열중했던 것이 성장의 밑거름”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실 수채화는 국내에서 별 인기가 없어 수채화를 전문적으로 그려 온 강사를 구하는데도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일단 지도 강사를 한번 모시면 배우고 싶은 것을 다 익힐 때까지 몇 달씩 놓아주지 않았다.
강의 시간은 물론 집에서도 틈틈이 그린 습작이 개인별로 수십점에 이를 정도로 붓과 씨름을 했다.
늦은 밤 집에서 그림을 그릴 때면 방해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살금살금 다니던 가족들의 배려도 큰 힘이 됐다.
처음에는 혼자 작업에 몰두하느라 가족들에게 미안한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이내 화폭에 그려지는 멋진 풍경에 탄성을 지르며 함께 빠져들곤 했다.
현재 부천지역 수채화 동호회는 물소리회를 비롯해 3∼4개 정도.
이들은 대부분 초보 화가들이지만 간혹 서로 만나는 기회라도 생기면 수채화의 ‘물맛’에 관한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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