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월드컵경기에 참여하는 1500여명의 자원봉사자 가운데 최고령인 김태선(金泰善·83) 할아버지. 김 옹은 월드컵경기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찌감치 자원봉사 의사를 서귀포시에 밝혔다.
건강을 염려하는 관계 공무원과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 옹은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움직여야 정신도 맑아질 뿐만 아니라 아직도 사회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김 옹은 지난해 12월 제주월드컵경기장의 개장 기념 행사로 열린 한미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관람객을 안내하며 ‘예행연습’을 하기도 했다.
김 옹은 내외국인을 위한 숙박시설 안내 담당으로 정해졌다.
김 옹은 일본어와 말레이-인도네시아어(마인어) 통역에도 능하다. 일제 강점기 때 인도네시아에서의 징용 생활과 해방 후 무역업 종사 과정에서 익힌 실력이다.
평양 출신인 김 옹은 해방 후 부산에서 문방구 제조업과 무역업에 종사했으며 1959년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기구이 통닭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김 옹은 현역에서 은퇴한 뒤 1985년 부인과 자녀들을 서울에 남겨둔 채 홀로 서귀포시 해안가 2000평의 땅에 정착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냥을 할 때 미리 봐둔 곳이다.
김 옹은 여기에 야자수를 심고 연못과 인공폭포 야영장 등을 만들어 ‘스모르공원’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중국과 브라질전에 관람객이 몰려 숙소가 여의치 않을 경우 무료 캠프장으로 제공할 생각이다.
김 옹은 “제주사람들은 순박한 마음을 갖고 있는데도 관광객을 맞이할 때는 무뚝뚝한 표정을 지어 오해를 많이 산다”며 “이번 월드컵을 기회로 밝은 미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손수 코란도 승용차를 몰며 월드컵경기장을 찾는 모습에서 활기에 찬 노년의 아름다움이 묻어나왔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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