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측은 지난해 이 병원을 업무시설로 용도변경하는 것을 추진했으나 무산되자 최근에는 장례예식장과 납골당 유치에 나섰다. 그러나 주민들은 과천지역에 대형 병원이 없는 만큼 당초 용도대로 종합병원이 들어서야 하고 더욱이 납골당 등은 주거환경을 해친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 치료를 위해 인근 서울 시내나 경기 안양, 성남 등으로 다니고 있는 주민들은 당초 약속대로 응급실이 있는 종합병원이 들어설 것을 바라고 있다.
주민들은 특히 최근에 대규모 장례예식장과 납골당 등이 이 병원에 들어선다는 소문이 퍼지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 김모씨(43·여)는 “바로 집 앞에 혐오시설인 장례예식장이나 납골당이 들어선다니 말이 되느냐”며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거붕의료재단은 91년 3월 750억원을 들여 갈현동 삼거리 부근 부지 2700여평에 지하 5층, 지상 12층, 연면적 1만6970평, 500병상 규모의 우정병원 신축공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97년 8월 시공사이자 실질적인 사업주체인 ㈜세모의 부도로 공정 70%에서 공사가 전면 중단된 뒤 현재까지 방치돼 왔다.
재단 측은 제3자에게 매각하기 위해 국내 대형 병원과 기업체 등과 접촉했으나 인수자를 찾지 못했고 지난해부터는 사무실과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추진했다.
한편 과천시는 “의료시설에 납골당은 법적으로 들어설 수 없고 장례예식장은 법적으로 허용되더라도 주민들이 반대한다면 곤란하다”고 밝혔다.
과천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주민들에게 갈현동 그린벨트지역에 유치할 예정인 테크노밸리에 1만여평 규모의 의료부지를 마련하고 종합병원을 유치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대신 우정병원은 업무시설용지로 용도 변경을 재추진하겠다는 것.
이에 대해 거붕의료재단 김명권 이사(47)는 “주민들만 찬성한다면 업무시설용지로 재검토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시가 구체적인 종합병원 유치계획과 일정을 밝히기 전까지는 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우정병원 문제는 해결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과천〓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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