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두 취급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최근 2, 3년 전부터 패션 디자인 등의 외국서적과 아동서적 등 특정 분야의 책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전문서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부 서점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온라인 방식으로도 판매를 하고 무료 택배서비스까지 하는 등 손님 잡기에 노력하고 있다.
▼새책보다 30%저렴 기본▼
▽저렴한 가격〓청계천 5∼6가 평화상가 1층에 밀집해 있는 헌책방의 가장 큰 매력은 값이 싸다는 점이다. 서점과 책 종류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시중가보다 20∼30% 정도 싼 것은 기본이고 일부 백과사전은 시중가의 20% 선에도 구입할 수 있다.
최근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패션과 인테리어, 그래픽 디자인 분야의 서적은 시중가가 2만∼3만원인데 비해 5000원이면 살 수 있다. 소설류는 2000원 안팎이며, 정가가 3만원인 영한사전도 1만5000원이면 산다. 시중가가 240만원인 브리태니커 백과사전(30권)은 25만원에 구입이 가능하다.
27일 오후 이곳을 찾은 남복남(南福男·19·여·신흥대 실내디자인과 1년)씨는 “과제물 때문에 외국잡지를 참고할 때가 많지만 빠듯한 용돈으로 몇 만원씩 되는 외국잡지를 사기가 부담스럽다”며 “싸게 사 필요한 부분만 볼 수 있어 청계천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홈페이지 개설 온라인化▼
▽전문화 및 디지털화〓80년대 초에는 헌책방이 130여곳이나 될 정도로 호황을 누렸지만 현재 50여곳으로 줄어드는 등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헌책방들이 생존전략의 한 방법으로 전문화 및 디지털화를 꾀하고 있다.
이곳은 최근 아동서점 10여곳, 외국서적 전문서점 5∼6곳, 기독교 전문서점 4∼5곳, 고서적 전문서점 2∼3곳 등으로 전문화되고 있는 추세다. 위인전기 동화집 백과사전 전집 등을 판매하는 아동서점이 전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아동서점들은 2∼3년 전부터 단골손님이 전화주문을 할 경우 가정까지 책을 무료로 배달해준다. 또 일부 아동서점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해 온라인상에서 주문도 받고 있다.
아동서적 전문점인 ‘금성서점’은 2000년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www.book4kid.co.kr)를 개설하고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고 있다.
또 증권과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이곳에는 재테크 서적들과 인터넷 컴퓨터 등 정보기술(IT) 관련 서적들을 찾는 일반인과 대학생들의 발길도 잦아지고 있다.
▼작년 4곳 문열어 총55개▼
▽전망〓80년대 이후 의류상가들에 자리를 내주며 계속 수가 줄었던 헌책방들이 최근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해에는 헌책방 4곳이 새로 문을 열어 서점 수가 모두 55개로 늘어났다.
30년 전부터 헌책방을 운영해 온 상현서림 대표 이상화(李翔和·65)씨는 “헌책은 비록 손때가 묻고 낡긴 했지만 우리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지혜의 보고(寶庫)’”라며 “옛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 한 헌책방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