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한은총재 “경기 좋을때 떠나 홀가분”

  • 입력 2002년 3월 28일 17시 54분


전철환(全哲煥·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는 것을 끝으로 4년간의 임기를 사실상 마쳤다.

전 총재는 이날 2001년도 한은의 연차보고서를 확정짓기 위한 금통위가 열리자 먼저 금통위원과 배석한 한은 간부들에게 “부족한 사람을 도와줘서 고맙습니다”라고 퇴임 인사를 했다.

그는 “외환위기 직후 환율이 급등하고 구조조정이 본격 시작된 어려운 시기에 큰 부담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으나 주식, 채권, 환율, 대출 등 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되고 경기도 좋을 때 떠나게 돼 마음이 가볍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 설립 후 52년 동안 5번째로 임기를 채운 총재로 중고 프라이드를 구입해 직접 몰 정도로 서민적이고 소탈한 편이다. 그러나 정부가 외환은행에 출자하고 공적자금 마련을 위해 국채를 인수하라고 요구했을 때 한은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끝까지 거절했다.

그는 작년 8월23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돈을 마지막으로 상환할 때 ‘경제 주권’을 되찾은 의미에서 국산펜을 준비해 서명하고 이를 박물관에 보관하도록 했다.

퇴임 후 활동계획을 묻자 그는 “쉬면서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회가 되면 고서(古書) 고전(古典) 등을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안내서를 만들고 서평(書評)도 쓰고 싶다”며 “그러나 퇴임 후 6개월 동안은 통화신용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떤 글도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상철기자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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