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 민박 가정을 자원한 김춘홍(金春泓·59·광주 서구 화정4동) 강명자(姜明子·55)씨 부부는 요즘 틈만 나면 요리책을 뒤적이며 ‘실습’을 한다. 집을 방문할 외국 손님에게 ‘한국의 맛’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김씨 부부와 직장에 다니는 아들 딸 등 네 식구가 사는 아파트(48평)는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1㎞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데다 주변 풍광이 뛰어나 민박 가정으로는 안성맞춤이다.
“며칠일지는 모르지만 외국 손님이 집에 머무는 동안 한국의 후한 인심을 보여주고 많은 추억거리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김씨 부부는 며칠 전 가족회의를 열어 ‘손님맞이 식단’을 짰다. 주요 메뉴는 한국 전통음식인 비빔밥과 불고기 김치찌개 만둣국 잡채 등.
또 ‘예향(藝鄕)’ ‘맛의 고장’으로 불리는 광주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예술의 거리와 광주 인근의 가사(歌辭)문화권, 5·18 묘지, 음식의 거리 등지를 둘러볼 수 있도록 ‘가이드 북’까지 만들었다. 원한다면 온갖 잡동사니가 있는 재래시장과 노래방에도 데리고 갈 생각이다.
“몇차례 교육을 통해 외국인이 집에서 편히 지낼 수 있도록 하는 생활 습관과 에티켓 등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이 외국인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요.”
퇴직 공무원인 김씨는 이번 월드컵에서 영어 통역 자원봉사를 맡았다. 농산물검사소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김씨는 수입 농산물 통관 업무를 맡아 외국인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나름대로 외국인과 의사 소통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회화 실력을 갖춘 그는 2년 전 광주비엔날레 행사 때 영어권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아파트 자치회장을 맡고 있는 김씨는 요즘 또 하나 일거리가 생겼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매일 월드컵 경기장과 아파트 주변을 청소하는 일이다. 주민들을 만날 때마다 경기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환한 미소로 대해 줄 것을 주문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이 때문에
김씨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월드컵 전도사’로 불린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