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5000명시대]평균수임료 1년새 60만원 뚝

  • 입력 2002년 3월 28일 18시 23분


변호사 수임료에 대한 명확한 산출 기준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단독사무실을 운영하는 A변호사의 경우 착수금으로 300만∼500만원, 성공보수금은 소송가액의 5∼10%를 받는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관행상의’ 기준일 뿐이다. 사건의 난이도와 의뢰인의 경제 사정, 성공 여부에 따라 수임료는 천차만별이다.

최근의 서울가정법원 이혼사건만 해도 최저 1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30배나 차이가 난다. 검찰총장 출신의 김모 변호사처럼 전화 한 통에 1억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특히 사정이 급박한 형사 구속사건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이다.

과거에는 보수상한선 규정이 있었지만 2000년 변호사 보수규칙 개정 때 폐지됐다.

그러나 변호사의 급증으로 이런 고액의 수임료 체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서울 변호사의 평균 수임료는 올 들어 평균 390여만원으로 지난해 450여만원에 비해 10%가량 낮아졌다. 금전거래사건은 99년 447만원, 2000년 390만원에서 지난해 387만원까지 내려갔다. 법조계에서는 앞으로도 수임료는 상당 기간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으로 수임료가 양극화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능력’있는 소수 변호사의 몸값은 더 높아지고 반대의 경우는 시장에서 퇴출되는 냉정한 시장논리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대한변협 공보이사인 하창우(河昌佑) 변호사는 “변호사가 소수일 때는 서로 수준이 비슷했지만 이제는 천차만별로 차이가 나는 만큼 ‘소비자’가 잘 선별해 선택해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부동산…연예…새영역 찾아 활로 모색▼

변호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송무(訟務)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으로 활로를 개척하는 변호사가 늘고 있다.

기업의 상근법률고문이 되거나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정부기관에 취직하는 것은 기본이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 환경 시민단체에 전속되는 변호사도 많다.

이들은 법적 분쟁이 생긴 뒤에 이를 처리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분쟁을 예방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단독사무실을 운영해온 ‘1인 성주(城主)’의 변호사들도 서로 뭉쳐 합동사무소를 꾸리는 등 집단화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세종’과 ‘열린 합동’, ‘한미’와 ‘광장’이 합병을 한 데 이어 최근에도 4, 5개 대형 로펌의 합병 협상이 진행 중이다.

전문분야 진출과 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법무법인 ‘두우’는 이 달 초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엔터테인먼트 전문 사무소를 열었다. 이곳은 연예인의 법률자문과 소송대리 외에 영화 음악 공연 등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투자와 사업자문도 맡고 있다.

역시 이 달 초 발족한 법무법인 ‘산하’는 재건축 재개발 등 부동산 건설영역을 주분야로 삼았으며 지평(벤처기업) 한강(의료) 정세(언론) 세창(해상운송) 등도 모두 전문영역을 개척한 법무법인들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1월 개최한 전문분야 중심의 48회 변호사연수회에는 550명의 변호사가 참가를 신청해 조세와 증권거래법 등 모두 7개 강좌를 수강했다. 변협 관계자는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었다”고 말했다.

존 그레셤의 소설 ‘거리의 변호사’에서처럼 공익변호 활동에 일생을 거는 변호사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환경연합 등에서 일반 변호사에 비해 훨씬 적은 보수를 받고도 상근하는 변호사들이 생겨났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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