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화려한 시절' 갔다…5000명 넘어서 수임경쟁 치열

  • 입력 2002년 3월 28일 18시 28분


개업한 변호사가 5000명을 넘어서면서 독점과 특권으로 상징되던 변호사 사회에 시장과 경쟁의 논리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법률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에서 퇴출되는 변호사도 생겼으며 일부 변호사는 공익활동에 전념하는 등 활동 영역도 다양해지고 있다.

▽변호사 5000명 시대〓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한 개업 변호사가 23일 5001명을 기록, 처음으로 5000명을 넘어섰다.

92년 2450명이었던 변호사는 10년 만에 2배로 늘어난 것인데 2000년 4000명을 돌파한 지 2년여 만에 1000명이 더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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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95년 사법개혁으로 사법시험 합격 인원을 매년 100명씩 1000명까지 늘린 데 따른 것으로 몇 년 후에는 변호사 1만명 시대가 될 전망이다.

서울변호사회의 경우 변호사는 96년 1943명에서 2000년 2663명으로 4년 사이에 37%가 늘었다. 반면 서울변호사회에 신고된 전체 수임사건(본안 사건 기준)은 96년 11만3768건에서 2000년 11만688건으로 3% 정도 줄었다.

이에 따라 서울변호사의 1인당 본안 사건 수임 건수는 96년 평균 58.5건에서 2000년 41.5건으로 줄어들었다.

▽경쟁과 퇴출〓변호사의 급증은 법률 서비스 공급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법률시장의 독점 현상은 서서히 해소돼가고 있다.

공급 초과로 서비스의 질은 점차 좋아지고 있다. S기업 법무팀 관계자는 “과거에는 변호사에게 ‘내 돈’ 주고도 고개를 숙였는데 요즘은 관계가 역전됐다”고 말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로펌의 합병과 대형화도 궁극적으로 법률 서비스 질의 개선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목표인 것으로 분석된다.

변협 관계자는 “이제는 변호사라는 신분이 주는 ‘거품’이 아니라 능력으로 승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변호사들 간의 과당 경쟁, 사건 수임을 위한 법률 브로커의 양산,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변호사들의 질 낮은 서비스와 소송 남용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건 수임 부진’을 이유로 폐업 신고를 했고 경력이 10년 이상 된 한 변호사는 생계에 대한 걱정으로 식당을 차리기도 했다.

▽적정한 변호사 규모〓우리나라 변호사는 국민 9000명당 1명꼴이다. 250명당 1명인 미국이나 800명 당 1명인 프랑스보다는 훨씬 적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법무사와 변리사 등이 있어 단순 비교는 무리다. 그러나 변호사 수의 증가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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