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 문학경기장 장애인 편의시설 ‘낙제점‘

  • 입력 2002년 3월 28일 23시 48분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리는 인천 남구 문학동 문학경기장의 장애인 편의시설이 수준미달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의뢰를 받아 27일 인천시 사회복지 실무 담당자와 함께 문학경기장 현장을 둘러본 장애인들은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해 낙제점 이하 점수를 매겼다.

인천시장애인단체총연합회 소속 전문위원과 장애인 등 6명의 실사단에 따르면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10도 이하의 경사로 등 일부를 제외한 경기장내 모든 시설이 장애인 편의를 별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날 문학경기장을 돌아보며 지난해 11월 7일 1차 조사에서 지적된 개선 사항에 대한 개보수 여부를 우선 확인한 결과 개선된 것이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경기장내 12곳에 마련된 장애인 화장실은 성별 구분이 없는 남녀 공용이지만, 잠금 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인권 침해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또 미닫이 출입문이어서 장애인이 들고 나는데 불편이 크고, 창문이 없고 조명등이 부족해 너무 어두웠다는 것.

연합회 소속 서정철 전문위원은 “계단 통로 밑에 장애인 화장실을 마련했기 때문에 창고처럼 비좁고 옹색하기 그지 없다”며 “문화 수준의 척도인 화장실을 이렇게 만들었으니 해외 장애인 관람객들부터 큰 창피를 당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 관람석도 너무 낮게 설치돼 경기 관람에 지장을 받을 것으로 지적됐다.

본부석 앞에 마련한 153개의 장애인 관람석은 바로 앞 일반인 관람석에 앉아 있던 관중이 일어설 경우 시야를 완전히 가리게 된다는 것.

휠체어 장애인 박찬화씨(44)는 “결정적인 순간에 모든 관중이 함성을 지르며 일어나게 될텐데 그럴 경우 장애인들은 앞 사람의 등만 바라보게 될 것”이라며 “높이 조절대 등의 설치를 건의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외 지적 사항은 △장애인 주차장과 경기장 출입문 간 500∼1000m 거리에 점자블록 등 유도시설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고 △층별 안내판에 점자 또는 음성안내시설을 갖추지 않았으며 △도로와 인도 사이의 배수로 덮개의 격자판 구멍이 너무 커 휠체어 바퀴와 시각장애인 지팡이가 빠진다는 것이었다.

연합회 정의성 회장은 “7차례나 설계 변경을 하며 건설된 문학경기장이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고 있지만 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경기장이 이미 준공된 상태이기 때문에 건물 구조변경이 이뤄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장애인들이 불편을 느끼는 부분을 최대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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