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10년뒤 뭘로 먹고사나]산업특화보다 다각화 승부

  • 입력 2002년 3월 31일 20시 52분


최근 한국경제의 발전모델에 대한 논의는 과거 정부주도의 압축성장 모델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작년까지 많이 논의됐던 모델은 ‘강소국(强小國)’. 한국의 한정된 자본과 부존자원 등을 고려할 때 모든 분야에서 1등을 지향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선택과 집중’에 의해 한 두 개 기업이나 산업에 특화해 세계 정상급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노키아의 나라 핀란드나, 에릭슨의 스웨덴, 다국적 기업 유치로 성공한 싱가포르 등이 주요 벤치마킹 대상이다.

그러나 스웨덴의 인구는 890만명, 핀란드는 500만명, 싱가포르는 400만명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4600만명이 넘는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나라다. 한 두 가지 산업으로는 이만한 식구가 살아갈 수 없다. 최근에는 강소국 모델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5400여 품목 수출액을 조사한 결과 인구가 많은 나라일수록 다양한 품목을 수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인구가 많지만 특정 품목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국경제연구원 박승록 연구위원은 “한국처럼 인구가 많은 나라가 몇 개 전략산업에 국가와 기업의 자원을 집중 투입하는 것은 카지노에서 대박이 터지길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기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더라도, 나라 전체로는 여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자유경제론자들은 어차피 한국의 제조업은 미래가 없으니, 주력을 지식정보산업과 서비스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과 아시아 후발개도국을 염두에 둔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처럼 다양한 산업이 존재하는 나라에서도 탈공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 법률 컴퓨터 소프트웨어 영화 보건의료 컨설팅 정보통신 등 지식산업은 △평균 이하 지식을 가진 근로자의 고용 창출에 불리하고 △국민소득 신장을 둔화시키며 △수출이 어려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 부품 소재 생산기기 등 하이테크 제조업을 함께 발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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