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조퇴투쟁 1만명 동참…학부모 "학생 볼모" 반발

  • 입력 2002년 4월 1일 18시 03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2일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동참해 ‘조퇴투쟁’을 강행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일선 학교에 비상이 걸렸다.

또 수업 차질이 예상됨에 따라 학부모 단체들은 전교조에 조퇴투쟁 자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전교조 항의 방문을 잇따라 벌이고 있고 조합원과 비조합원 교사간에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전교조 “1만명 조퇴”〓전교조는 파업 동참에 대한 비난 여론이 잇따르자 “분회별로 대체교사 투입 등 오후 수업 차질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 교사들의 집회 참여에 따른 수업 파행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조퇴투쟁 참가 교사는 전국 9만여명의 조합원 가운데 ‘분회장을 포함한 참석 가능한 교사’ 수준인 1만여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부모 단체들은 “참여 규모에 상관없이 교사가 교육과 무관한 이유로 교단을 이탈해 집단행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학교 현장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수업차질 대책〓일선 학교들은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조퇴를 신청하고 집회에 참석할 경우 수업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시간표를 조정하고 교사들에게 파업에 동참하지 말도록 설득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 S초등학교는 1일 교사들이 오전 수업을 마치고 오후에 집회 참여를 위한 조퇴 신청을 내더라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전체 교사 65명 중 전교조 교사가 30명인 서울 O초등학교는 교사들이 조퇴를 강행할 경우 오후에 수업이 있는 4학년 이상 고학년들의 수업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자율학습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지난해 전교조의 조퇴투쟁으로 수업 공백이 컸는데도 학교장 재량으로 구두 경고하라는 공문만 받았다”며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불법 조퇴 교사는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조퇴투쟁에 참여하는 교사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징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학교별 조퇴투쟁 참가자를 파악해 보고하도록 16개 시도교육청에 지시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전교조 교사들의 연가투쟁 당시 각 시도교육청은 참석자 4287명 중 3408명은 주의, 702명은 일괄 경고, 177명은 서면 경고했고 지난해 10월 조퇴투쟁 때는 3회 이상 참석한 교사에 대해서만 서면 경고했다.

▽학부모단체 자제 촉구〓학교사랑 학부모 모임(준비위)은 1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전교조 사무실을 방문해 조퇴투쟁 자제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전달했다.

고진광(高鎭光) 공동대표는 “조퇴투쟁을 강행할 경우 교육주권 회복을 위해 앞으로 조퇴투쟁 참여 교사 퇴출운동을 벌이는 등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는 “노동운동을 교육현장에 끌어들여 학생들을 볼모로 조퇴투쟁을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제자의 학습권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교육자의 진정한 자세인 만큼 조퇴투쟁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도 “전교조가 훈화나 공동수업을 통해 발전산업 민영화와 공무원노조의 정당성을 알리려는 것은 특정 집단의 편향된 논리를 학생들에게 주입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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