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李容湖) 게이트에 대해 특검제가 도입되는 치욕을 당했던 검찰로서는 명예회복을 위한 배수진을 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검찰이 이날 수사계획을 이례적으로 간단명료하게 발표한 것도 역설적으로 ‘말’보다는 ‘수사결과’로 평가받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검찰은 이날 수사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미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의 자택에서 압수된 ‘언론개혁’ 등의 문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사건 관련자 30명에 대해 출국금지조치를 내렸다고 밝히는 등 발빠른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검찰은 김성환(金盛煥)씨가 개설한 6개의 차명계좌를 핵심 수사 대상으로 선정하는 등 ‘이용호 게이트’뿐만 아니라 특검의 수사 결과 이외에 대해서도 ‘대상을 가리지 않고’ 모두 수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순간 단순 사건이 아니라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성격이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우선 41명의 전담 수사팀을 풀가동해 김성환씨의 차명계좌로 입금된 90억여원의 흐름을 추적하면서 이 계좌의 실제 주인을 찾아낸 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金弘業) 아태재단 부이사장과의 자금 거래 경위를 밝혀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검의 수사기밀 누출 의혹도 검찰이 규명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검찰이 명운을 걸고 수사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많아 수사 결과를 속단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청와대 등은 특검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김홍업씨의 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왔다. 권력 핵심부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또 특검수사 도중 잠적한 김성환씨는 아직도 행방을 감추고 있다. 언론개혁 문건 등의 출처와 수사기밀 누출 의혹도 이수동씨가 끝내 입을 열지 않을 경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이에 따라 검찰로서는 누차 강조하고 있는 수사 의지를 넘어서는 특단의 각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검팀이 넘긴 사건과 대검 수사 과제 특검 이첩 사건 대검 수사 과제 김성환씨 90억원 차명계좌 출처, 사용처, 입금 명목, 김홍업씨와의 자금거래 경위 규명 이수동씨가 보관한 언론개혁 정권재창출 문건 문건의 작성 주체 및 작성 경위, 이수동씨가 보관한 경위 규명 수사기밀 누출 의혹 지난해 11월 대검 중수부 수사 정보를 이수동씨에게 누출한 검찰 고위 간부 및 검찰 수사 은폐 조작 의혹 수사 대양상호신용금고 소유주 김영준씨 비리 범인은닉과 정관계 로비 의혹 신승환씨 추가 비리 감세청탁 관련 1억원 수수, 안정남 전 국세청장에 대한 청탁 경위 조사 김봉호 전 민주당 의원 차명계좌 2억6800만원 중 이용호씨가 준 5000만원 이외의 자금 출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규명 레이디 가구 대주주 정상교씨 비리 20여개 차명계좌와 주가조작 혐의 규명 김영재 전 금감원 부원장보의 비리 2000만원을 H증권 안모사장에게서 받은 경위 조사 윤승한 전 금감원 공시조사실장 비리 의혹 이용호씨를 검찰 수사의뢰대상에서 제외한 경위 및 금감원의 조직적 개입 의혹 수사 도승희씨 비리 해군소장 진급 인사 청탁 및 금품수수 의혹 규명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