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행사 때마다 볼 수 있는 절도 있고 강렬한 군악대의 모습이다.
육군본부 군악실장 조한경(趙漢敬·43) 중령.
그는 이번 월드컵 때 세계의 시선을 주목받게 된다. 월드컵 대전예선경기(6월 12, 14일) 및 16강전(6월 18일)에 앞서 경기장에서 열리는 축하행사 때 육해공군 3군악대의 마칭쇼를 총괄하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전에는 3군본부가 있어 군악대 마칭쇼는 한국과 일본의 20개 월드컵 개최도시 가운데 오로지 대전에서만 볼 수 있는 행사.
대학시절 성악을 전공한 것을 계기로 군악대에 몸담았다가 ‘88 서울올림픽’ 때 사또복장의 취타대장을 맡기도 했던 그는 “군악대의 행진과 연주를 통해 짧은 시간에 많은 관중의 몸과 마음을 하나로 묶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이번 쇼에는 육해공군에서 차출된 정예의 군악대원 210명이 참가한다.
악기도 클라리넷 색소폰 오보에 등 목관악기와 금관 타악기 등이 모두 동원된다.
‘한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군의 특성상 군악대의 훈련은 다소 가혹할 전망.
내달부터 낮에는 충남 논산의 계룡대 연병장에서, 밤에는 연습실에서 20분의 마칭쇼를 위해 하루종일 연습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번 월드컵 때 선보이는 마칭쇼는 대규모 밴드와 최첨단의 음악기술이 연출되는 ‘깜짝쇼’가 될 겁니다.”
쇼의 1부는 관중의 시선과 귀를 즐겁게 하면서 우리 귀에 익숙한 축구응원곡을 색다르게 편곡해 그라운드로 입장하는 내용.
2부는 대전에서 경기를 갖는 스페인과 남아공 등 출전국의 테마를 주제로 해 환영하는 내용으로 꾸몄다. 다음으로 아리랑을 양악기로 연주해 동서양의 일체감을 표현하며 운동장의 분위기를 압도한다는 구상이다.
조 중령은 “우리는 화려한 무대에서 조명을 받지만 안전한 월드컵을 위해 음지에서 일하는 동료 장병들의 노력은 더욱 값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