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 복사골문화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시민영화교실’ 수강생인 김영덕씨(27·서울 중랑구 망우동)는 요즘 ‘영화의 재미’에 푹 빠져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꼬박 2시간 걸리는 부천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다닌다.
또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술잔을 기울일 때면 그동안 배운 강의 내용을 요약해 들려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씨는 이번이 두 번째 수강.
한국예술종합학교 1학년 이혜재씨(21·여·부천시 원미구 중동)도 시민영화교실을 통해 영화 마니아가 됐다.
“집에서 보는 비디오는 별 감흥이 없어요. 영화 제작과 상영 과정을 알고 난 후로는 ‘영화는 역시 극장에서 봐야 제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씨는 시민영화교실 선배 수강생인 어머니의 권유로 참여해 당초에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갈수록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이들에게 ‘영화의 참맛’을 알게 해준 시민영화교실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사무국이 마련한 프로그램.
한 번에 20∼30명이 참가하는데 일반 시민들이 영화와 한층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에 시작됐다.
영화상영 후 강의 형식으로 진행되며 6∼8회 강의에 수강료는 1만원.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다.
3회째인 이번 교실(3월19일∼4월23일)은 ‘한국 독립영화 가까이 보기’를 주제로 열리고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상업주의 영화에 대항해 등장한 ‘독립영화 이야기’를 영화평론가와 감독 등이 직접 강의한다.
‘파업전야’와 ‘상계동올림픽’ 등 대표적인 작품들을 감상하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토론도 하기 때문에 영화의 이면에 깔린 감독의 생각도 알 수 있다는 것. 쉽게 접할 수 없는 기회인 만큼 수강생들은 강의시간 내내 진지한 편이다.
시민영화교실은 주제도 다양하다. 지난해 열린 1회 교실의 주제는 ‘한국영화 보기와 읽기’. 출연 배우와 촬영감독 등이 강사로 나와 작품에서 드러나지 않은 여러 가지 측면을 알려줬다.
올 초 열린 2회 때는 ‘한국영화 따라잡기’란 주제로 ‘꽃섬’ ‘파이란’ 등을 통해 한국영화의 가능성과 저력을 살펴봤다.
예술성은 높지만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작품들이어서 한국 영화의 현실을 이해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됐다는 게 수강생들의 설명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 김시천 팀장은 “영화제가 열리는 7월을 제외하고 연말까지 ‘한국영화’를 주제로 한 시민영화교실을 3, 4차례 더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4회 교실은 다음달 초 개강할 예정인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032-345-6313, 327-1293)으로 신청하면 수강할 수 있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