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아이들 꿈도 이 나무처럼 쑥쑥 자라길…˝

  • 입력 2002년 4월 2일 17시 23분


“이 나무에 너희들의 꿈을 담아 보렴!”

올해 고교평준화가 처음 도입된 이후 학교 배정에서 ‘기피학교’로 지목돼 진통을 겪었던 경기 고양시 덕양구 능곡동의 능곡고에서는 2일 오전 뜻 깊은 식목행사가 열렸다.

학부모 10여명이 삽과 호미를 들고 나무를 심었고 쉬는 시간마다 학생들도 환한 표정으로 이들의 일손을 도왔다. 교장 교감도 틈나는 대로 학부모들이 나무와 꽃을 심는 화단으로 나왔다.

불과 두달여 전 고교평준화 배정에서 기피학교로 지목되며 전학 또는 재배정을 요구받는 등 큰 진통을 겪었던 학교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당시 이 같은 진통은 학업 성적이 낮고 시설도 일산신도시의 학교들과 비교할 때 열악하다는 데서 비롯됐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식목일을 앞두고 그동안의 진통을 딛고 일어서 학교와 학생들의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뜻에서 이날 함께 유실수 묘목을 심었다.

아침부터 학교에 온 학부모들은 화단에 팬지 등 꽃으로 ‘사랑’ ‘용기’ 등의 단어를 만들기도 했다.

학부모 김경숙씨(43·여·고양시 덕양구 화정동)는 “이젠 밝은 표정으로 등교하는 딸을 보며 학교에 감사하고 있다”며 “학교시설도 날로 좋아지고 있어 안심이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는 올해 시설보수를 위해 6억4000여만원이 투입돼 교실마다 에어컨이 설치되고 화장실 개보수 등의 작업이 진행 중이다.

또 올해 가을축제가 신설됐고 월 1회인 전일제 특별활동도 활발해졌다. 이는 토요일 하루를 정해 요리와 당구, 국선도 등 28가지 특별활동을 학교 밖에서 하는 것으로 예전에는 제대로 실시되지 못했던 것이다.

2학년 김건영군(17)은 “학교 시설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학부모들이 큰 애정을 보내주어 학생들도 한번 해보자는 열기가 높다”며 “전에 없던 축제나 특별활동도 활발해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최근 ‘자모회’를 결성해 식목행사나 학교 대청소 등 봉사활동이 필요할 때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학교 최정광 교장(60)은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학부모들의 애정, 그리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어우러져 학교가 날로 좋아지고 있다”며 “최고의 시설로 최고의 인재를 배출하는 학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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