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발전노조 37일 파업의 교훈

  • 입력 2002년 4월 2일 18시 07분


발전노조의 장기 파업 사태가 한국노동운동이 나아갈 방향에 관해 큰 교훈을 남기고 끝났다. 법과 경제원리를 무시하는 투쟁 일변도의 강성 노동운동은 노동자들에게 대가 없는 희생을 강요하면서 기업 손실과 사회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노사합의서를 살펴보면 발전노조가 소속 근로자들의 고통과 희생 위에서 어떤 소득을 얻었는지 의문이 생긴다. 합의서 첫째 항목 ‘민영화 문제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애초부터 노사 교섭 대상이 될 수 없는 사항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발전부문을 시장의 경쟁에 맡기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가정과 기업에 값비싼 전력요금을 부과하며 공기업으로 계속 안주하는 경영으로는 발전회사는 물론이고 한국 경제의 미래가 어둡다.

조합원에 대한 민형사상 문책과 징계가 적정 수준에서 이루어지도록 관계 당국에 건의하기로 했다지만 애초 불법파업이 없었더라면 구속자와 해직자가 나올 이유가 없었다. 불법 파업을 벌여 해직자가 생기고 해직자의 복직을 요구하며 다시 불법파업을 벌이는 악순환의 고리가 하루 속히 단절돼야 한다.

민노총이 개별사업장 근로자들의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산하연맹 노조들을 동원해 총파업을 벌여 기업과 정부를 압박하는 방법이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민영화 반대라는 명분 없는 불법파업에 대해 산하 노조들의 호응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서울지하철공사 등 6개 공기업노조가 월드컵 기간 무분규를 선언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배일도(裵一道) 서울지하철공사 노조위원장은 80년대 강성 노동운동으로 투옥 해직됐던 사람이다. 아픈 체험을 겪으며 합리적 노동운동가로 바뀐 그가 지하철공사위원장 선거에서 최근 다시 선출된 것은 산업현장에 온건한 노동운동을 갈망하는 근로자가 많음을 보여준다.

기업과 근로자에게 불필요한 희생만을 강요하는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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