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백두대간의 등산로가 등산객에 의해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은 3일 “백두대간 전 구간 등산로 670㎞의 훼손 실태를 총 2847개 지점에서 조사한 결과 등산객의 발에 밟혀 식물이 죽고 맨땅이 드러난 면적이 54만㎡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전체 면적의 10배에 해당하는 산림 생태계가 훼손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녹색연합은 또 등산로의 맨땅이 드러나 유실된 흙이 10만4000㎥로 10t트럭 1만3000대분에 이른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까지 15개월 동안 △지리산 등 7곳의 국립공원 △문경새재 태백산 등 2곳의 도립공원 △지리산 반야봉∼심원계곡 등 자연생태계보전지역 2곳 및 천연기념물보호구역 등 백두대간 총 46구간의 주요 등산로에서 산림 생태계 훼손 정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백두대간의 시작 지점인 지리산 천왕봉에서 끝나는 지점인 설악산 진부령간 등산로의 평균 너비는 1.1m, 맨땅이 드러난 너비는 0.84m, 침식 깊이는 11㎝였으며, 최대로 넓어진 등산로의 너비는 7m에 이르렀다. 훼손 유형별로는 바닥 침식 44%, 노폭 확대 33%, 식물뿌리 노출 21%, 암석 노출 15% 등의 순이었다.
백두대간 등산로 중 훼손이 가장 심한 구간은 지리산 벽소령∼노고단, 설악산 한계령∼중청∼마등령으로 평균 등산로의 너비가 6m나 됐다. 반면 등산로 상태가 가장 좋은 구간은 삽당령∼닭목재 구간이었다.
이처럼 백두대간의 중심축이 훼손되는 것은 1990년대 이후 백두대간이 일반에 널리 알려지면서 이곳을 찾는 등산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때문. 백두대간에는 지리산 덕유산 속리산 월악산 소백산 오대산 설악산 등 7개의 국립공원이 포함돼 있다.
특히 백두대간은 산의 정상부를 따라 등산로가 나 있어 생태계 자체가 외부환경 변화에 기본적으로 취약한 데다 일부 등산객의 무분별한 취사와 야영행위, 잘못된 등산 습관, 산림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갈수록 훼손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
녹색연합 측은 “백두대간은 10년 전만 해도 한 명이 걸어다니기에도 불편할 만큼 울창했던 곳인데 지금은 한번에 2, 3명이 지나다녀도 될 정도의 넓은 등산로로 변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녹색연합은 △백두대간 등산로 훼손지역을 복구 복원하고 △백두대간 등산로 전 구간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구체적인 등산로 및 등산객 관리방안을 마련할 것 등을 환경부와 산림청에 촉구했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