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에 개방된 시내 9615개 화장실을 깨끗하게 관리, 월드컵 관광객들에게 서울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그의 임무.
“제 아무리 볼거리가 많으면 뭐 합니까. 지저분한 화장실에 들어가는 순간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도시가 될 텐데….”
79년 서울시에 들어와 줄곧 수질관리 업무를 맡던 그가 냄새나는 화장실을 사무실로 삼게 된 것은 재작년 2월 수질보전과 ‘화장실 수준 향상팀’으로 배치되면서부터. 시는 5개월 뒤 ‘팀’을 ‘반’으로 격상, 힘을 실어줬다.
2년이 넘도록 매달려온 사업 중 하나가 대형 건물이나 음식점 등의 화장실을 일반에 개방하도록 유도하는 일. 쉽진 않았다. 건물주들은 말로는 개방을 약속하고도 정작 건물 앞에 화장실 개방 안내판을 세우려 하면 꽁무니를 빼기 일쑤였던 것.
“종로구 인사동의 한 대형 음식점의 경우 7번이나 주인 할아버지를 찾아가 읍소한 끝에 결국 승낙을 받아냈는데 허망하게 한 달 뒤 건물에 불이 나 소실됐습니다. 화재 현장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의미는 다르겠지만….”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현재 개방된 민간 화장실은 종로 동대문 신촌 등 시내 중심지 250곳을 포함해 950개로 늘어났다.
청결한 화장실 관리를 위해 ‘삼진아웃제’도 도입했다. 냄새, 조명상태, 화장지, 안내표지판 부착 등의 실태를 점검해 불량한 곳에 차례로 ‘옐로카드’ ‘오렌지카드’ ‘레드카드’를 내보이는 것.
“레드카드를 받았다고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업주들은 ‘왜 남의 화장실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느냐’며 거세게 항의하곤 하지요. 하지만 며칠 뒤 다시 가보면 깨끗하게 청소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효과가 있다는 거죠.”
향상반 외근직원이 모두 남자라 여자 화장실에 들어갈 때는 “꺄악”하는 소리도 감수해야 하는 등 말못할 어려움도 많았다.
김 팀장의 부탁 하나. “아무리 훌륭한 ‘월드클래스 화장실’을 만들어도 이용문화가 따라주지 않으면 헛일입니다. 공중 화장실에 붙어 있는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문구를 꼭 한번 새겨보세요.”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