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국인의 집단이기주의에 대해 ‘쓴소리’를 해 달라”는 부탁에 흔쾌히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하면서도 후환이 두렵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식당에서 만난 데이비드씨는 다리를 절고 있었다. 한국인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다리를 다쳤기 때문이라고 했다.
2주 전 데이비드씨는 경기도의 어느 시에서 택시를 탔다. 도중에 데이비드씨가 목적지의 방향을 가리키려고 옆 유리를 손가락으로 치는 과정에서 유리에 작은 금이 발견됐다. 원래 있었던 금일 수도 있었지만 데이비드씨는 “미안하다”며 주머니에 있던 6만원을 주겠다고 운전사에게 제의했다. 그러나 40대 운전사는 10만원을 요구해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찰을 불러 시비를 가리려고 운전사와 데이비드씨가 차에서 내린 사이 택시 3대가 도착했다. 운전사의 휴대전화 연락을 받고 동료들이 달려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한국말을 못하는 데이비드씨를 다짜고짜 때리기 시작했다. 어느 한 사람도 자신의 해명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주변에 10명의 행인이 있었지만 아무도 일방적인 싸움을 말리지 않았다.
데이비드씨는 “그때 한국말을 못하는 나를 뺀 한국인은 모두 ‘한 집단’이었다”며 몸을 떨었다.
지난해 12월 데이비드씨는 학원에 출근하는 길에 지하철역 입구에 말쑥한 정장 차림의 신사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추운 날씨였고 그대로 두면 큰일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가는 한국인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캐나다에서는 신문에 날 일이었어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아무도 도움에 응하지 않고 바쁘게 걸어갔습니다.”
데이비드씨는 “한국인들은 자기가 속한 집단에는 맹목적이지만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는 철저하게 무관심하다”며 “집단이기주의와 공공의 책임에 대한 무관심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한국에서 충분히 머물려고 했던 데은 현재 일본으로 옮겨갈 준비를 하고 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