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0년 9월 검찰 수배를 받고 도피 중이던 진씨에게 “모든 방법을 동원해 불구속 상태로 수사받게 해줄 테니 50억원을 달라”고 요구, 합의를 거쳐 30억원을 받기로 한 혐의다.
김씨는 같은 해 6월 투자자문회사인 H사 대표 이모씨의 소개로 정현준(鄭炫埈)씨가 운영하던 한국디지탈라인(KDL) 부회장으로 취임한 뒤 9월 초 자금난에 시달리던 정씨에게 “1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게 해주겠다”며 그 대가로 3억원의 사례비를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씨가 진씨의 불구속 수사를 이끌어 내기 위해 당시 검찰 간부들에게 로비를 벌였는지, KDL 공적자금 유치를 위해 중소기업청 등 관련기관에 로비를 했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김씨가 2000년 11월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과 함께 대검 간부를 방문한 경위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또 김씨가 진씨에게서 로비명목으로 받은 12억5000만원 외에 추가로 수억원을 더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정확한 돈의 규모와 함께 이 돈이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쓰였는지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날 진씨를 소환해 2000년 10월 민주당 김방림(金芳林) 의원에게 5000만원을 전달하도록 김씨에게 지시했는지 조사했으며 다음주쯤 김 의원을 불러 조사한 뒤 혐의가 확인되면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씨가 진씨에게서 받은 12억5000만원 가운데 추가 횡령한 것으로 드러난 9000만원의 사용처와 함께 진씨의 정관계 로비 내용이 적혀 있다는 ‘김재환 리스트’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