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플레이]선진국, 대학 첫 강의때 인용방법 교육

  • 입력 2002년 4월 4일 18시 11분


어느 날 인터넷에서 한 미국인 주부가 띄운 글을 읽고 포복절도한 적이 있다.

“딸과 함께 댈러스에 있는 니만 마커스 카페에서 디저트로 쿠키를 먹었다. 너무 맛있어 종업원에게 조리법을 알려달라고 하자 돈을 내라고 해서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그런데 한 달 뒤 쿠키 조리법 값으로 250달러가 지불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카페에 항의하며 환불을 요구했더니 카페측은 ‘조리법을 비싸게 해야 아무나 복사해 가지 않을 것’이라며 정중히 거절했다. 한동안 어떻게 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 그 쿠키 조리법을 인터넷에 띄우기로 했다. ‘자, 여러분 여기에 250달러짜리 쿠키 조리법이 있습니다. 공짜로 배우세요. 돈은 내가 이미 냈으니 걱정마시고요’.”

나는 처음에 카페에서 터무니없이 돈을 받았고 신용카드 청구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주부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리사가 쿠키를 만드는 데 들인 공을 감안하면 조리법에 대한 지적소유권도 마땅히 인정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미국은 지적소유권을 중요시하는 나라다. 그것은 지난 1세기 동안 수많은 지식인들이 싸워 온 소유권 전쟁의 산물이기도 하다.

특히 요즘처럼 고도화된 성능을 가진 컬러프린터로 복사할 때는 한 권의 책에서 두 장 이상의 사진을 복사할 수 없고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복사할 책 페이지까지 장부에 기재해야 한다.

대학에서도 강의 첫 시간에 교수들이 반드시 주의를 주는 말이 ‘남의 글을 표절하지 말라’는 거다. 그래서 합법적으로 남의 글을 인용하는 방법을 철저히 가르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절을 했다가 적발되는 학생은 영락없이 낙제점을 받는다. 그 중엔 저작권 개념이 철저하지 못한 동양권 학생들이 많다.

물론 미국인들, 심지어 작가들 중에도 지적소유권에 넌덜머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 교육용마저도 복사할 수 없도록 한 상술이 얄밉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일수록 지적소유권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그것이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진(재미교포·‘미국에 관한 77가지 진실’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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