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간 대몽(對蒙)항쟁을 벌이며 팔만대장경을 판각했던 이 사찰이 월드컵 축구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외국 손님들의 숙식처로 바뀐다.
이곳의 주지인 성원(誠願·41) 스님이 사찰 복원사업을 잠시 뒤로 미룬 채 해외 관광객들에게 ‘이색 잠자리’를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
인천시가 지정한 668곳의 ‘국제 홈스테이’ 중 사찰로는 선원사가 유일하게 뽑혔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팔만대장경과 강화군 하점면 부근리에 있는 고인돌(사적 137호)이 강화도와 깊은 인연이 있지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강화 남단 갯벌에서 서해 낙조를 맛볼 수 있는 자연 경관과 수천년의 풍상을 간직한 문화 유산들을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동국대 박물관팀이 1996년부터 선원사 터 1만여평 부지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은 고즈넉한 산사와는 사뭇 다르다.
일반주택을 개조해 요사체로 사용하고 있고 선원사 유물전시관으로 단장된 40여평 규모의 콘크리트 건물 위에 대웅전이 들어선 상태다. 그리고 사찰 본당과 500m가량 떨어진 곳에 가정집 2채와 황토로 만든 불한증막 등이 부속 건물이다.
“분위기는 다소 산만하지만 역사의 발굴 현장과 고려시대 차맷돌 등 100여점을 전시하고 있는 작은 박물관 등은 외국인들에게 오히려 이색적인 경험일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에게 유익한 관광 프로그램도 선보일 예정이고요.”
준비중인 ‘사찰 체험 프로그램’은 종교를 떠나 일반인도 마음을 조용히 다스릴 수 있는 참선, 다도(茶道) 교실, 스님 식사법인 ‘발우 공양’, 불한증막에서의 건강 체험 등이다. 또 중형버스를 이용해 도자기 공방이 있는 부근리의 ‘무애원’과 고인돌∼전등사∼석모도∼갯벌 탐사 등의 ‘강화 기행’도 마련해 놓고 있다.
12세 때 출가한 성원 스님은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과 인하대 경영대학원을 다니며 선원사 복원에 필요한 문화재 지식을 쌓아가는 등 ‘문화 학도’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기도 하다.
강화〓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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