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2000년 6월 정씨 회사인 한국디지탈라인(KDL) 부회장으로, 7월에는 진씨 회사인 MCI코리아 회장으로 영입된 김씨가 진씨의 검찰 불구속 수사를 이끌어내는 대가로 30억원의 사례금을 받기로 했다는 것. 정씨에게는 100억원을 유치해주는 대가로 3억원 등 모두 5억원을 받았다.
검찰은 김씨의 ‘의심스러운’ 돈의 흐름을 쫓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진씨가 불구속 수사를 받기만 하면 30억원이란 거액을 받게 되기 때문에 김씨가 그동안 모아놓은 로비자금을 이용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씨는 정관계 로비와 변호사비 명목 등으로 받은 12억5000만원 가운데 5억800만원을 횡령했으며 추가로 거액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지만 사용처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씨에게 받은 5억원의 사용처도 불분명하다. 이 역시 김씨가 100억원을 유치하기 위해 중소기업청 등 관계기관과 정치권에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동안 진씨와 정씨가 정관계 로비를 벌였다는 소문이 많았지만 사실로 확인된 것은 일부에 불과했다. 이들이 대부분의 거래를 현금으로 해왔기 때문.
검찰이 김씨가 정관계 로비대상을 적어놨다는 ‘김재환 리스트’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김씨의 말문을 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씨의 정관계 로비 가능성과 함께 국가정보원 김형윤(金亨允) 전 경제단장과 김은성(金銀星) 전 2차장, 정성홍(丁聖弘) 전 경제과장 등 국정원 간부들이 이용호(李容湖) 진승현 정현준 등 이른바 3대 게이트를 배후 지휘한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이들 모두가 3대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됐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의 로비 범위와 배후 지원에 대한 실체 규명은 김씨가 받은 돈의 정확한 규모와 사용처가 밝혀져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의 주장처럼 횡령이나 사례비로 받은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을 가능성도 물론 남아 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