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고액인상 부당 계약 일방적 해지안돼"

  • 입력 2002년 4월 4일 18시 14분


임대업자가 일방적으로 고액의 임대료 인상을 요구했을 경우 세입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당할 수밖에 없을까.

경기 고양시 화정동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모씨(71)는 입주 3년 뒤인 99년 임대사업자인 ㈜부영에서 “임대차보증금과 임대료를 5%씩 인상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쫓겨 날 것을 우려한 김씨는 일단 이를 납부한 뒤 다른 주민들과 함께 회사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2000년 11월 “인상된 임대료가 주변의 다른 임대주택에 비해 크게 높아 부적정하다”는 이유로 승소 확정 판결을 내렸다.

김씨는 판결을 근거로 인상분 190여만원을 돌려받았지만 이번에는 부영 측에 의해 “결과적으로 임대료를 안 냈으니 집을 비우라”며 소송을 당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민사항소 4부(전병식·田炳植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부영 측이 김씨를 상대로 낸 건물 명도 소송에서 1심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당시 임대료 등의 일방적인 인상에 동의하지 않았고 법원도 이 같은 인상이 부당하다는 확정 판결을 내린 상태이므로 부영 측은 세입자가 인상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인상된 보증금과 임대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계약 갱신을 거절하겠다는 임대업자의 일방적인 통지는 세입자가 동의하지 않는 한 불리한 약정으로 효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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