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법관 인사제도 위헌” 헌소

  • 입력 2002년 4월 7일 18시 08분


현직 부장판사가 현행 법관 인사제도에 대해 “사법부 독립과 민주화를 가로막는 위헌적 제도”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서울지법 문흥수(文興洙·사시 11회) 부장판사는 6일 판사들의 고등부장 승진과 근무평가, 판사 재임명제도, 법관 보수에 관한 법률 및 대법원 규칙이 판사의 인격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대법원장을 상대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관련기사▼

- 法심판대 오른 법관인사 시스템

현직 법관이 법관 인사제도 전반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문 부장판사는 “승진 자료가 되는 판사 평가가 법원장에 의해 일방적, 자의적, 비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판사들이 법원장의 성향에 영향을 받거나 간섭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돼 공정한 판결이 어려워질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문 부장판사는 “대통령이 특정 성향의 대법원장을 임명하고 대법원장이 특정 성향의 판사에게 중요 재판부를 맡기는 등의 방법으로 얼마든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성적에만 근거한 발탁 승진을 통해 법관을 걸러낸다면 법관의 신분 보장이 어려워져 결국 승진에서 탈락한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에 대한 ‘전관예우’ 등 여러 가지 악순환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분고분한 판사들이 고위직에 올라 강자에게 치중하고 소신있는 판사들은 법원에서 배제되면 결국 그 피해는 약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이를 막기 위해 판사의 정년을 보장하고 같은 기수의 판사에게 똑같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졸업한 문 부장판사는 99년 대전 법조비리 사건 당시 사법 개혁을 촉구하는 글을 썼고 지난해 말 판사 33명과 함께 ‘사이버 법관 공동회의’를 만드는 등 수차례 법조계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