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태교/구청장들 월드컵 준비에 앞장서라

  • 입력 2002년 4월 8일 18시 24분


월드컵대회 개최일이 불과 두 달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의 월드컵 준비태세는 구호만 요란했지 행동과 내실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는 국가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상품의 가치를 높여 수출 촉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준비상태를 보면 누가 보아도 불과 50여일 후에 세기적인 이벤트를 치를 나라라는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경기장시설 등 하드웨어 부문은 그런 대로 준비돼 있으나 국가의 이미지와 직결되는 기초질서와 도시의 미관에서는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사람의 눈에 잘 띄는 곳에는 ‘기초질서 확립하여 월드컵 잘 치르자’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그러나 서울 도심의 경우 좌측통행의 관행은 사라진지 오래고, 길거리에 침을 함부로 뱉거나 휴지와 쓰레기를 남몰래 버리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수구와 지하철 환풍구에 가득 쌓인 담배꽁초 등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추한 모습들이 월드컵을 코앞에 둔 서울에서 흔한 실정이다.

그 많은 공무원과 경찰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기에 무질서를 잡고 불법광고물을 단속하는 광경을 보기가 어려운가. 도시의 입체적 공간질서의 기초인 간판들을 보면 현기증이 난다. 합법보다는 불법간판이 판을 치고 자극적인 색상의 간판이 계속 늘어나고, 전신주에는 불법 광고물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지금의 준비상황을 보면 구청장 등 기초자치단체장들은 월드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구청장들은 국가의 대사보다는 6월에 있을 단체장선거에 마음이 뺏겨 자리를 비우고 있다. 이들은 기초질서를 잡고 불법간판과 광고물을 철거해야 하는 기본적인 업무마저 팽개치고 표를 얻기 위해 뛰어다니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급해진 서울시가 불법광고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으나 일선 구청들은 일손을 놓고 있다. 이들은 표를 의식한 나머지 단속을 포기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선진국들의 사례라면 무조건 모방하는 지방자치제도를 재검토해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시군의 경우처럼 지방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지자체의 직선은 그 나름대로 뜻이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번처럼 단체장 선거와 월드컵 경기가 겹치고 보니 서울 등 특별시나 광역시의 경우 구청장을 선출직으로 하는 것은 실익이 거의 없으면서 경제적 낭비와 부작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한울타리 안에서 무슨 지역적 특색을 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 기초 업무조차 제대로 돌보지 않는 구청장들을 왜 선출해야 하는가. 특별시나 광역시의 구청장은 과거처럼 임명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태교 기라정보통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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