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플레이]외국인이 본 검은 돈

  • 입력 2002년 4월 9일 17시 37분


한국에 부임한 지 3년째다. 한국 사회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의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실히 느꼈다. 기업의 투명성이 보장되면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한 진리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활동에서 ‘뒷돈 관행’은 여전한 것 같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일부 외국기업의 임직원들로부터 그런 사례에 대해 종종 얘기를 듣는다.

수십년 전엔 일본의 기업들도 ‘뒷돈’과 ‘비자금’을 당연시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실히 따라 그런 관행들을 없앴다. 그 결과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세계 유수 기업들의 공통점은 어떤 큰 이익이 있더라도 절대 ‘편법’이나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은 다시 벌 수 있지만 ‘뒷돈 거래’로 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될 경우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불합리한 기업 활동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수다. 토요타의 경우 회계상으로 어떤 종류의 비정상적인 현금 유통도 불가능하다. 모든 재무와 회계과정에 엄청난 투명성과 정확성이 요구돼 뒷돈이나 비자금이 끼어들 틈이 없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해당 임직원을 엄중 문책한다. 그러니 누가 사소한 편법에 자신의 일자리를 걸려고 하겠는가.

일본 기업들은 또 저마다 엄격한 ‘윤리규정(Code of Ethics)’을 갖고 있다.

‘검은 돈’을 매개로 한 정경(政經)유착은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이에 대한 적절한 처벌 여부다.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면 언제든 비리가 반복되기 마련이다. 비자금이나 뒷돈으로 사리를 취하는 개인이나 기업들은 반드시 망한다는 사회적 교훈을 남기는 노력이 중요하다.

최근 세계시장에서는 한국기업들이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매우 인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 사회와 기업들에 ‘페어플레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야스노 히데아키(安野秀昭·54·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

정리〓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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