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플레이]10만원이상 기부 실명 의무화를

  • 입력 2002년 4월 9일 17시 37분


‘검은돈’을 없애기 위해서는 더욱 엄격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정치자금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김민전(金玟甸) 경희대 교수는 “10만원 이상의 정치자금은 수표를 사용한 실명 기부만 허용하는 등 정치자금의 유입과 지출내용을 완전 공개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계현(高桂鉉) 정책실장은 “기업이 일정 규모의 정치자금을 낼 때는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지정 계좌를 통해서만 정치자금을 받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당의 중앙당 및 지구당 체계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용호(金容浩) 인하대 교수는 “대규모 중앙당 체제는 과거 수만∼수십만명을 동원하며 선거를 치르던 시절에 필요했던 조직”이라며 “이젠 정보화시대에 걸맞게 원내정당으로 탈바꿈하고 당 조직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고보조금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매년 1000억원대의 국민 세금이 여야 정당에 지급되는데, 사용처 검증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선이 있는 해에만 보조금을 지원하며 이에 대해서는 연방선거위원회가 사용 내용을 심사하고 위법행위가 있으면 직접 수사권을 발동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98년 한 자민당 의원이 국고보조금을 자동차 구입 등 개인용도로 유용한 사실이 발각돼 구속되기도 했다. 한국은 일본보다 15년 앞선 81년 국고보조금 제도를 도입했지만 눈에 띄는 위반사항 적발이 한 건도 없는 실정이다.

공무원의 부정 축재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공직자 재산등록 및 공개 제도도 속빈 강정이라는 비난이 높다. 올해만 해도 1급 이상 공직자 중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비롯한 35명이 부모나 자녀의 재산 공개를 거부해 법 실효성이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93년 시행 이후 10년 동안 불성실 신고자가 2만7000여명이나 적발됐지만 해임 등 중징계를 받은 사람은 단 2명에 그쳤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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