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허둥대다 만 황사경보

  • 입력 2002년 4월 9일 18시 25분


황사가 닥칠 때마다 정부가 허둥대고 있다. 지난달 말 최악의 황사로 혼이 난 뒤 피해를 최소화한다며 내놓은 대책이 황사경보제다. 그러나 다시 대형 황사가 몰아친 그저께에도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뒤늦게 경보를 내려 혼란을 초래했는가 하면 휴교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기민하게 움직여야 할 대응체계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와중에 어린이들은 모래바람을 뚫고 등교해야 했으니 기막힌 일이다.

이번 황사는 이미 외신을 통해 우리나라로 불어올 것이 예고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기상청은 시민들의 문의에 “황사인지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환경부가 각 시도에 경보발령을 지시하는 바람에 혼란이 벌어졌고 3단계 조치 가운데 주의보와 경보를 뛰어넘어 중대경보부터 나오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교육당국의 대응은 더욱 한심스럽다. 중대경보가 내려지면 당연히 초등학교 휴업 등의 조치를 권고해야 하는데도 손놓고 있다가 오전 11시가 넘어서 뒤늦게 단축수업 권고조치를 내렸다. 서울시교육청은 ‘황사농도가 떨어지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한 기상청 탓을 하고 있지만 이래서야 예보시스템, 대응체계 모두 후진국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는 허술한 국가위기관리체계를 드러낸 단적인 예다. 재해 발생에 대비해 비상연락망을 짜고 대응요령을 미리 숙지시키는 것은 정부의 기본임무다. 그런데도 6일 환경부가 전달했다는 단계별 행동요령 등을 국민은 물론 관계기관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으니 다른 경우는 보나마나일 것이다.

뒷북치기식 경보로는 언제까지나 황사피해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올봄만도 앞으로 대형 황사가 서너 차례 더 올 것이라고 한다. 관련기관의 치밀한 협조 대응체제를 짜는 것이 우선과제다. 이와 함께 황사의 규모와 농도를 미리 알리는 정교한 예보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더 이상 황사가 닥친 다음에야 허둥지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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