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용호관련 대검 수사상황 金大雄고검장이 알려줬다”

  • 입력 2002년 4월 9일 22시 19분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앙수사부(김종빈·金鍾彬 검사장)는 9일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평화재단 상임이사에게서 “김대웅(金大雄·현 광주고검장) 당시 서울지검장이 지난해 11월 6일경 대검 수사 상황을 알려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날 이수동씨가 지난해 11월 미국행 비행기를 예약하기 전 김 고검장이 이수동씨에게 전화를 걸어 ‘대검에서 도승희(都勝喜) 전 인터피온 사외이사에 대해 곧 조사를 시작할 것 같은데 도씨를 조사하게 되면 혹시 형님에게 걱정스러운 부분이 없느냐’는 말을 들었다는 이수동씨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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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동씨 진술 내용 특검 발표와도 달라

이수동씨는 이날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11월 9일 미국으로 출국한 것은 사실이지만 도주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며 출국 이유는 수사가 장기화되거나 구속될 경우 영주권을 상실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수동씨를 상대로 보강조사를 벌인 뒤 김 고검장을 빠른 시일 안에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 고검장이 대검 중수부의 수사상황을 알게 된 경위와 구체적인 통화 내용 등을 조사한 뒤 수사 기밀 유출이 확인될 경우 공무상 기밀 누설 혐의로 형사 처벌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지난해 검찰 수뇌부가 이수동씨의 이용호 게이트 연루 사실을 알고도 사건을 은폐 조작했는지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수동씨가 “김 고검장과의 인간적 정리 때문에 그동안 나에게 전화를 걸은 검찰 간부가 누구인지 함구했지만 더 이상 감추는 것이 현 정부에도 누가 되는 것 같아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고검장은 이날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김 고검장은 “억울하다. 내가 이수동씨에게 전화를 했다면 지난해 9월 중순경 동아일보에 이수동씨와 도승희씨 등에 대한 내용이 보도돼 걱정이 돼서 했을 수는 있지만 수사기밀을 유출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 고검장은 또 “당시 서울지검장이던 내가 대검 중수부 수사상황을 알 수도 없었으며 30년 검사 생활에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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