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최준식(崔俊植·한국학) 교수는 이를 ‘우리주의’라고 부른다. 어디를 가든 나(우리)와 남을 가르려 하는 속성이 있다는 것. 한국인은 특히 유교의 영향을 받은 집단주의가 더해져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고 최 교수는 지적했다.
“한국인은 태어나면서부터 ‘철수’나 ‘영희’가 아니라 ‘누구네 집 몇째 아들(딸)’로 인식됩니다. 학교에 들어가 크고 작은 편가르기로 발달하는 집단주의 감정은 사회에 나가서도 ‘정(情)’이라는 단어로 집약됩니다. 물론 이 정은 ‘내 집단’ 안에서만 통하는 것이지요.”
고려대 현택수(玄宅洙·사회학) 교수는 횡적, 수평적인 사고방식 대신 종적 위계질서가 득세하는 사회 현실에서 원인을 찾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갖가지 구분은 있게 마련이지만 이를 ‘다름’이나 ‘다양성’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우열을 가르려 하는 속성이 있다는 것.
현 교수는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잣대로 능력을 평가한 뒤 자신 또는 자기가 속한 집단보다 상대가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무시하는 사회분위기가 차별의 원인”이라며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릴 적부터 교육을 통해 고쳐나가는 것이 근본적인 치유책”이라고 말했다.
당장 눈앞의 차별을 개선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최 교수는 차별에 맞설 수 있는 ‘대항세력’의 육성을 들었다. 단적인 예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장애인 및 여성 단체 덕분에 장애인과 여성에 대한 차별이 상당히 누그러졌다는 것.
최 교수는 “이런 맥락에서 누구도 편들어줄 사람이 없는 외국인 근로자의 차별에 대한 국가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경기 부천 외국인 노동자의 집 이란주(李蘭珠·33·여) 사무국장은 국내 ‘3D 업종’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1992년 도입한 산업기술연수제도 자체가 차별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조속한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제도가 보장하는 외국인 연수생 수가 실제 필요인력 40만명에 크게 못 미치는 8만명에 그쳐 불법 체류를 조장하고 있는 데다 임금 등 노동조건도 열악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편견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