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는 지난해 4월 최씨에게 유모씨 등 3명의 인감을 보냈고 최씨는 이를 이용해서 만든 차명계좌로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주식 1만3000주가량을 2억원에 샀다.
주식 로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최씨와 홍걸씨, 홍걸씨와 황씨의 관계 및 황씨의 역할, 주식거래 가격의 적정성 등이다.
최씨는 홍걸씨와 94년부터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지금까지 1억원가량을 아무런 대가 없이 줬다고 주장했다.
또 최씨의 비서였던 천호영(千浩榮)씨는 “황씨가 최씨를 통해 빌린 서울 강남역 사거리 N빌딩 사무실에서 홍걸씨의 대리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황씨는 홍걸씨의 손아래 동서로 홍걸씨 일을 많이 도와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과 정황 등을 종합하면 주식이 형식적으로는 황씨가 만든 차명계좌에 들어갔으나 주식의 실소유주는 홍걸씨일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반면 최씨가 홍걸씨를 생각해 황씨에게 도움을 주려고 주식매입 과정에 개입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최씨가 주식을 시세보다 싼 가격에 매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다른 이유가 있지 않느냐는 견해가 많다. 최씨가 홍걸씨를 배경으로 이 주식과 관련된 사업의 이권에 개입해 주식을 싸게 사고 그중 일부를 홍걸씨에게 나눠주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최씨는 지난해 4월 차명계좌로 TPI 주식을 주당 1만5000원에 샀다. 반면 그보다 한달 앞서 최씨는 TPI 주식을 주당 평균 2만3000원에 팔았다. 또 같은 해 5월 이 주식의 공모가격은 4만원이었기 때문에 최씨가 비슷한 시기에 유독 싸게 주식을 매입했다고 볼 수 있다.
최씨가 차명계좌를 만든 사람이 황씨라는 사실을 숨긴 것도 홍걸씨가 드러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단순히 황씨를 위해 주식거래에 개입했다면 “인도네시아 교포인 동업자 이모씨가 차명계좌의 실소유주”라는 거짓말까지 할 이유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