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최씨를 15일 소환하기로 한 서울지검 특수2부는 송씨 측이 왜 최씨에게 돈을 줬는지, 최씨는 돈을 받아 어디에 썼는지 등에 수사를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씨의 비서였던 천호영(千浩榮·37)씨는 “최씨가 지난해 4월 서울 강남 R호텔에서 정치인 K씨와 함께 TPI 대표 송씨를 만나 이권 개입의 대가로 10억원짜리 수표 1장을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본보 취재진의 확인 결과 최씨가 천씨의 부인 박모씨 명의로 관리하던 차명계좌에 지난해 4월25일 입금된 10억원짜리 수표는 벤처투자 전문회사인 에이팩스에서 발행된 것이었다. 수표 가운데 5억원은 다음날 1000만원권 수표 50장으로 인출돼 모 은행 봉은사로지점에 입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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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팩스는 송씨와 TPI가 38.38%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송씨 등 TPI 간부들이 감사와 이사 등을 맡고 있는 등 사실상 송씨의 계열사다.
문제의 10억원짜리 수표는 송씨가 에이팩스에 관계자를 시켜 자신의 주식을 매각하도록 한 뒤 그 대금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최씨의 변호인인 강호성(姜淏盛) 변호사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최씨는 에이팩스가 조성한 해밀턴펀드에 6000만달러를 유치해 주고 그 대가로 10억원을 받아 차명계좌에 입금시켰다”고 말했다.
한편 최씨가 검찰 출두에 대비해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O호텔에 투숙해 김희완(金熙完)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경찰청 특수수사과 최성규(崔成奎·52·총경) 과장 등과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시장은 “최씨 등과 대책을 세운 게 아니라 최씨의 지인들이 모여 최씨를 위로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최씨가 매입한 TPI 주식 2만주 가운데 일부가 김 전 부시장의 운전사였던 주모씨 명의의 계좌로 흘러 들어간 사실도 확인됐다.
김 전 부시장은 “주씨는 내 친구의 처남으로 주씨 누나가 TPI 주식을 사고 싶어해서 주씨가 누나에게 명의를 빌려 준 것으로 안다”며 “주씨 누나를 최씨에게 소개해 준 적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 최 과장은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찰청 관계자는 “13일 밤부터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98년 8월 최씨에 대해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을 때 특수수사과 계장이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