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번호판 달아야 귀빈"…타지차량 강남구 등록

  • 입력 2002년 4월 14일 18시 25분


‘강남 번호판 주세요.’

서울시내 타지역 승용차 차주들이 강남구에 차량등록하기 위해 몰려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고급차일수록 강남 번호판을 달아야 대접받는다는 인식이 빚은 현상. 최근 강남구청에 자동차 등록 민원 차량이 하루 평균 1300여대에 이르자 강남구는 8일부터 강남자동차매매시장(율현동)에 현장에서 번호판을 달아주는 ‘자동차 등록 현장 민원실’을 긴급 설치했다.

현재 서울시내 차량 번호 중 강남구 등록 차량은 앞번호가 ‘서울52’와 ‘서울55’ 등 두 가지다.

이처럼 강남구 등록번호를 선호하는 것은 1996년 1월 ‘자치구별 자동차 고유번호제’가 실시돼 차주가 원하는 구청에서 차량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한 뒤 나타난 현상으로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서울시에 등록된 자동차는 255만441대이며 이 중 강남구 등록 차량은 20만2439대(7.9%)로 25개 구청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돼 있다. 특히 강남구 등록 차량 중 60%인 12만3270대는 주소지가 강남구가 아닌 다른 서울지역으로 돼 있다는 것.

강남구는 당초 고유번호인 ‘서울52’ 20만개가 지난해 7월 동이 나자 ‘서울55’를 서울시로부터 새로운 고유번호로 부여받았다. 전국 최초로 두 가지 자동차 고유번호를 가진 자치구가 된 것이다.

이 같은 기현상은 강남구 번호판을 달아야 접객업소 등에서 대접받을 수 있다는 소문 때문이다.

강남의 R호텔 관계자는 “‘52’번과 ‘55’번을 단 고급차량의 주인은 대부분 지위가 높고 돈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은 강남 서비스업계의 상식”이라며 “특히 강남 번호판을 단 고급 외제차는 호텔 입구에서부터 각별히 신경써 주고 주차 등에서도 배려해 준다”고 말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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