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수표' 어디로 흘러갔나

  • 입력 2002년 4월 14일 18시 41분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先)씨가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대표 송재빈(宋在斌)씨 측에서 10억원권 수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이 사건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또 최씨는 5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의 동서인 C토건 대표 황인돈씨(36)는 3개의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회사가 뚜렷한 실적이 없고 주변 사람들의 명의를 빌리거나 도용해 만들어져 비자금 조성 및 자금 세탁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10억원 왜 받아서 어디에 썼나〓최씨에게 10억원권 수표를 준 에이팩스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중순 송씨의 요청에 따라 송씨의 주식을 판 돈을 조흥은행에서 10억원짜리 수표로 바꿔 송씨에게 전달했다”며 “송씨는 그 수표를 최씨에게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송씨가 대주주인 에이팩스투자기술이 조성한 펀드에 투자를 유치해 준 대가로 수표를 받았다고 해명했으나 최씨는 펀드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 에이팩스 임원은 “최씨가 펀드 조성에 참여했다는 얘기가 있어 확인해 봤는데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돈은 TPI와 송씨의 사업상 청탁과 함께 송씨 측에서 최씨 측에 건네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표를 받은 명목은 수표의 사용처에 대한 수사를 통해 쉽게 밝혀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수표가 영향력이 있는 인사를 배경 삼아 이권에 개입하고 받은 대가라면 빠져나간 돈이 그에 대한 답례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좌 추적 결과 홍걸씨나 그 주변 인사들과 이 수표의 사용처가 관련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수사는 이들과 송씨 사업과의 관련성을 밝히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최규선씨와 황인돈씨 회사〓사실상 최씨의 회사라고 볼 수 있는 업체는 미래도시환경, A사, A개발, P사, U사 등 5개. 이 가운데 최씨의 비서 겸 운전사였던 천호영(千浩榮)씨는 A사와 A개발 및 P사의 이사로 돼 있다. P사의 경우 최씨와 가까운 염모씨(여)가 대표이며 최씨의 전직 여비서 박모씨가 이사였다.

천씨의 주장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해 한 아파트 상가 분양대행 사업에 개입하기 직전에 자본금 5000만원으로 P사를 설립한 뒤 염씨와 박씨 등을 이사로 등재했다는 것. P사는 이 상가 분양대금의 4%(3억원 추정)를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A사의 경우 TPI의 전 현직 임직원이 이사와 감사 등을 맡았으며 김희완(金熙完)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운전사였던 주모씨도 이 회사의 이사이다.

김 전 부시장은 최근 최씨와 함께 최씨의 검찰 출두에 대비한 대책을 상의한 것으로 알려져 주씨가 최씨 회사의 이사로 등재된 배경에 의문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주씨는 “김 전 부시장과는 상관없이 A개발에 근무하는 친구의 소개로 이사가 됐다”고 주장했다.

또 미래도시환경과 U사가 지난해 법인세 납부 실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씨가 수십억원대의 재산을 모은 과정에 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황씨의 회사는 C토건, Y건설, G사 등 3개. C토건은 99년 7월 설립됐으나 지금까지 전문건설협회에 등록된 공사 수주 실적은 2000년 1억7000여만원에 불과하다. Y건설은 98년 12월 만들어졌지만 협회에 등록된 공사 실적이 전혀 없다.

또 최씨의 여비서였던 문모씨가 G사의 감사로 돼 있는 점도 의문이다. 일부에서는 G사가 최씨와 홍걸씨를 연결하는 주요 매개가 됐다는 관측도 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최규선씨가 사실상 운영하는 회사
업체(설립 시기)임원진 특징 의 혹
미래도시환경
(1999년 8월)
24세 이모씨가 이사지난해 법인세 납부 실적이 없다고 알려짐
U사
(1999년 12월)
24세 이모씨가 이사 지난해 법인세 납부 실적이 없다고 알려짐
A사
(2001년 5월)
최씨의 비서 겸 운전사 천호영씨,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전현직 직원들,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전직 운전사가 이사 TPI 대표 송재빈씨가 최씨에게 만들어준 회사라고 알려져 있음
A개발
(2001년 10월)
천호영씨가 이사-
P사
(2001년 2월)
최씨와 가까운 염모씨(여)가 대표, 천호영씨가 이사, 최씨의 전직 여비서 박모씨가 이사였음최씨가 염씨에게 만들어준 회사로 알려져 있음, 개봉동 아파트 상가 분양 비리의혹에 연루


황인돈씨가 사실상 운영하는 회사
업체(설립시기) 임원진 특징의 혹
C토건
(1999년 7월)
황씨가 청산인건설협회에 등록된 공사수주실적이 2000년 1억7000만원, 2000년 4월 청산 절차에 들어갔으나 현재까지 회사 유지
Y건설
(1998년 12월)
황씨가 주식보유 위해 명의 빌린 박모, 유모씨가 이사건설협회에 등록된 공사실적 없음
G사
(2000년 5월)
최씨의 전직 여비서 문모씨가 감사, 유씨가 이사사무실 등 회사 실체가 드러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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