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39)씨 비리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先·42)씨가 비리 의혹을 처음 제기한 자신의 전 비서 천호영(千浩榮·37)씨에게 남긴 애타는 ‘호소’다.
최씨는 지난달 28일 천씨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인터넷 홈페이지에 최씨의 비리를 폭로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직후 천씨와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천씨가 휴대전화를 꺼 놓고 응답하지 않자 다급해진 최씨는 그 날 오후 7∼9시 3차례 천씨의 휴대전화에 음성녹음 메시지를 남겼다. 천씨는 최근 이 음성녹음 자료를 본보에 제공했다.
최씨는 먼저 천씨에게 “용서해주겠다”며 회유했다.
“호영아, 형인데. 이렇게 말하는 것도 오래 못 갈 것도 같다. 촛불이 다 꺼져 가는데… 더 이상 움직이지 마라. 내가 약속할게. 정말 맹세한다. 내가 용서해줄 테니까, 완벽하게 법률적인 걸 다 풀어줄게. 내 말만 들어. 전화 끊는다. 너 믿는다. 오케이.”
홍걸씨에 대해서는 “무고한 주변 사람들, 그 중에서도 어떻게 대통령 아들을 왜 거론하느냐. 그 분이 보통 사람이냐”고 말했다.
바로 이어진 두 번째 녹음에는 ‘회유’보다는 ‘압력’으로 느껴질 만한 부분이 더 많다.
“…호영아 너 정신차려. 그 무고한 사람들, 대한민국 거덜 낼 놈이 아니야 너는. 너는 겁이 많아서 못해. 그거 사실 아니야. …호영아 정신 차려라. 다시 전화하마. 더 이상 움직이지 마라. 너, 까불지 말고.”
그 날 오후 8시45분에 남긴 메시지에는 천씨의 주장을 일부 인정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무슨 새 수표에 64억이냐. 소수점을 다 찍고 해야지. 그게 6억4000이지 64억이 뭐냐. 그거 내 이름으로 했냐. ○○이(정치인 K씨) 이름으로 했고. 그 사람도 다 조사받고 다 해야 될 것 아니냐. 왜 주위 사람들이 죽어야 되냐. 죽으려면 너하고 나하고 둘이 죽으면 되는 거지. 사실이 아닌 걸 가지고. 지금 나라가 얼마나 힘든데….”이수형기자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