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비리 DJ에 보고하나"

  • 입력 2002년 4월 14일 18시 41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연루된 비리 의혹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여권의 구체적인 대책이 전무해 김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김은성(金銀星) 국가정보원 2차장이 김 대통령의 삼남 홍걸(弘傑)씨의 비리관련 소문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가 질책당한 사실까지 밝혀져 친인척 비리의 ‘사전 예방’을 위한 감시 시스템이 아예 작동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같이 어처구니없는 허점은 “섭섭할 정도로 철저히 친인척을 관리하겠다”는 김 대통령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친인척 문제가 ‘성역’이었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 여권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아들들의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직접 아들들을 찾아 진위를 추궁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별 문제가 없다더라”는 김 대통령의 언급이 직·간접적으로 전해지면서 거꾸로 정보기관의 진언을 가로막는 장벽이 됐다는 게 정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여기에다 정보기관의 중심 라인에 특정지역 출신 인사들이 집중적으로 포진해 있는 바람에 정보기관간의 ‘견제와 균형’원리가 작동하지 못하고, ‘순화되고 걸러진’ 정보만이 청와대에 전달되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도 친인척 관리 허점의 주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제도의 한계와 허점도 문제이다.

청와대는 2월초 김 대통령의 처남 이형택(李亨澤)씨가 보물선 사업에 연루된 것을 계기로 그동안 친인척 관리를 담당해온 민원비서관실을 폐지하고 그 업무를 민정비서관실로 통합했다.

종전에 민원비서관과 행정관 2명이 8촌 이내의 친족과 4촌 이내의 외·처족 등 1200여명의 관리를 담당했던 문제점을 개선, 민정비서관실에서 여론 흐름 등까지 파악해 이들을 종합 관리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민정비서관실의 인원 10명으로 여론 동향 파악 등 고유의 업무까지 함께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그 한계는 여전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앞서 청와대가 2000년10월 ‘옷 로비’ 사건 직후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을 해체한 것도 친인척 관리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사안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되고 진행돼 온 것들이다”며 “친인척 관리는 무엇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한 데도 관리시스템 부재에다 정보 라인의 감시기능 미흡으로 ‘뒤처리’에만 급급한 상황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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