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등교길에 따뜻한 아침을

  • 입력 2002년 4월 14일 21시 18분


충남 천안의 천안외국어대 영문과 1학년 양모씨(21·여·서울)는 매주 목요일 교정에 들어설 때면 가슴까지 따뜻해지는 경험을 한다.양씨가 오전 9시 10분에 시작하는 1교시 수업에 맞추기 위해 집을 나서는 시간은 오전 7시경. 잠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한 치장을 한 뒤 통학버스를 타려면 아침을 거르기 일쑤다.

하지만 목요일은 다르다. 이 학교 교목실이 정문과 본관 사이에 마련한 임시 배급소에서 아침을 거른 채 1교시 수업을 위해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스프 한그릇과 빵 한 개씩을 나눠주기 때문.

양씨는 “허기진 몸으로 교정에 오르다 스프와 빵을 받아들면 어머니 밥상을 받은 듯 마음이 푸근해 진다”고 말했다.

교목실이 ‘사랑의 스프 나누기’ 행사를 마련한 것은 지난해 10월. 처음엔 100여명에게만 나눠줬는데 호응이 높아져 이제는 1000여명 분을 준비해도 모자랄 정도다.

이 학교 외식산업과 학생들은 같은 값이면 좋은 빵을 주자며 교목실에서 빵 구입비(개당 100원)를 받아 재료가 많이 들어가고 먹음직스런 빵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함창기(咸昌基) 교목실장은 “재학생 6000명 가운데 70%가 수도권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아침을 그대로 거르거나 컵라면 등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운 마음에 약간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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