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여객기 김해추락 대참사]불탄 기체…그곳은 지옥이었다

  • 입력 2002년 4월 15일 18시 18분


중국 국제항공공사 소속 여객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15일 사고 현장인 경남 김해시 신어산 자락의 돗대산(해발 380m) 정상 주변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갈기갈기 찢어진 처참한 비행기의 잔해와 승객들의 소지품, 밑동만 남기고 부러져 나간 소나무들이 뒤엉켜 마치 전쟁터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장에는 소방대원과 군인, 경찰 등 수천명이 투입됐으나 비가 계속 내린 데다 10m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안개가 짙어 구조와 수색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망자 유족들은 수습된 시신이 검게 그을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자 사고대책본부와 김해지역 병원 등을 돌아다니며 밤늦게까지 수소문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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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현장▼

동체 엔진부가 불타면서 시커먼 연기와 불길이 계속 치솟았고 동체는 사고 당시의 심한 충격으로 산산조각 난 채 반경 300m 주변에 흩어져 있었다. 승객들의 소지품과 수화물도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비행기가 추락할 당시의 충격으로 산 능선이 움푹 패었으며 동체가 1차 충격 후 미끄러지듯 진행하면서 숲이 너비 40∼50m 정도로 뚫렸다.

사고 현장에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일부 승객의 가족들이 산 정상까지 올라와 현장 접근을 시도하다 저지당하자 구조대 관계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안타까운 모습도 보였다.

▼구조 작업▼

구조대는 사고가 난 신어산 자락 돗대산 정상에서 반경 200m 부근에 저지선을 치고 보도진과 일반인의 접근을 막고 수색 및 구조작업을 벌였다.

육군 39사단 강석부 대령은 “추가 폭발을 막기 위해 폭발물 처리반을 현장에 투입하고 생존자 구조와 사망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기상이 호전되는 대로 군 헬기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삼성생명 구조견센터의 지원을 받아 셰퍼드, 리트리버 등 구조견 4마리와 조련사 등을 동원해 오후 늦게까지 사고 현장에 흩어져 있는 생존자와 시신을 찾는 작업을 벌였다.

한편 부산시는 각 보건소의 구급차 30대를 사고 현장에 긴급 투입했다.

이날 사고 현장에는 김상민군(18·김해고 3년) 등 학생 10여명과 김해시민 30여명이 사고직후부터 생존자 구조 작업 등을 도우며 자원봉사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사고대책본부는 날이 어두워진 이후에도 한국전력의 협조를 받아 사고 현장에 불을 밝히고 실종자 수색작업을 철야로 진행했다. 철야 작업에는 소방대와 군, 경찰 관계자 등이 참여했으며 김해지역 자원봉사 단체들은 음료수와 도시락을 제공하기도 했다.

▼목격자 진술▼

이날 오전 11시45분경 사고를 목격하고 현장에 달려간 주민 천강남(千康男·60)씨는 “비행기가 소나무에 닿을 정도로 낮게 날더니 금방 안개 속으로 빨려들어갔다”며 “곧바로 119에 신고한 뒤 산 쪽으로 내달렸다”고 밝혔다.

주민 김성욱(金星旭·47)씨는 “비행기가 저공 비행을 해 미국의 ‘9·11 테러사건’이 퍼뜩 떠올랐다”며 “마치 산 옆 아파트를 향해 돌진하듯 물봉산 쪽으로 저공 비행하더니 잠시 후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사고 순간을 전했다.

김해시 안동에 살고 있는 김태공(金泰公·38)씨는 “사고 현장 주변에 아파트가 많은데도 아파트를 피해 야산에 추락한 것은 기장이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 기수를 산 쪽으로 돌리지 않았는가 생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병원 후송▼

이날 낮 12시50분경 최윤영씨(32) 등 비교적 부상이 가벼운 생존자 등 3, 4명이 먼저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어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면서 속속 부상자들이 이송됐고 사망자들도 병원 영안실로 옮겨졌다.

사망자들은 김해 성모병원 등 인근 병원 영안실에 안치됐으며 부산시는 사망자가 늘어남에 따라 시내 38개 병원의 영안실을 확보했다.

27구의 시신이 안치된 김해중앙병원에는 사고 소식을 접하고 찾아온 유족들이 시신의 신원 확인을 요구했으나 대부분의 시신이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심하게 탄 상태여서 신원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유족 표정▼ 유가족 300여명은 항공사와 김해시 등 관계기관이 사고 수습에 무성의하다며 이날 오후 9시경 김해시청 민원실 앞에서 1시간여 동안 연좌농성을 벌였다.

유가족들은 “사고발생 10시간이 지나가도록 시신 확인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유가족 대표를 구성해 스스로 대책마련에 나서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시청 3층에 마련된 사고수습대책위에 몰려가 시신 확인을 위한 병원순회버스 운행과 분향소 마련 등을 촉구했다.

사고수습지원본부는 이날 저녁 “16일 중 중국 항공사측과 유족대표, 사고대책본부 등 3자간에 사체 확인 방식 등 사후처리 문제를 협의한 후라야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유족들에게 일단 귀가할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가족의 생사를 모르는 마당에 집으로 돌아가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거부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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