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여객기 추락 대참사]생존자들이 말하는 사고순간

  • 입력 2002년 4월 15일 18시 32분


항공기 추락사고 생존자 김문학씨
항공기 추락사고 생존자 김문학씨
“아,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 같아…. 빨리 119구조대와 경찰에 연락해 주오….”

15일 김해공항 부근에 추락한 중국 국제항공공사 여객기에 탑승했다 구조된 경산대 이강대(李康大·42) 교수는 충돌 직전 휴대전화로 대구 기린여행사 김유석(金裕錫·38) 상무에게 전화를 걸어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김 상무는 “이 교수가 다급한 목소리로 ‘사고가 난 것 같다. 추락하는 것 같다. 119와 경찰, 언론사에 사고 소식을 전하고 구조를 요청하라’고 말했으며 곧이어 전화기를 통해 기내 승객들의 비명이 들렸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순간 여객기 추락사고가 난 사실을 직감하고 국제항공 대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김해공항 부근에서 여객기가 추락 중’이라고 사고 소식을 전했다”고 말했다.

경산대 동아시아학부 교수로 재직중인 이 교수는 12일 학술회의 참석차 출국한 뒤귀국길에 사고를 당했으며 현재 이 여행사 자문위원으로 위촉돼 있다.

또 탑승자 윤경순씨(41·여·경북 영주시 가흥1동)는 사고 직후 휴대전화로 남편 김경모씨(46)에게 “비행기가 추락했는데 위치가 어디인지 모르겠다”며 다급한 목소리로 사고 소식을 전했다. 남편 김씨는 아내에게서 연락을 받았으나 사실 여부가 믿어지지 않아 허둥대다 곧바로 방송 보도를 통해 사고발생 사실을 확인했다.

역시 극적으로 구조된 중국동포 김문학(金文學·35·지린성 거주)씨는 병원에서 “‘꽝’하는 소리와 함께 비행기 내부가 폭격을 맞은 듯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고 사고 당시를 설명하며 몸서리를 쳤다.

김씨는 “랜딩기어를 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 착륙하겠으니 안전띠를 매라’는 승무원의 안내방송이 있은 직후 갑자기 비행기가 추락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에 ‘쿵’하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착륙하는 줄 알았는데 곧바로 딱딱한 물체가 오른쪽에서 날아와 머리에 부딪히면서 정신을 잃었다”며 “잠시 뒤 정신을 차려보니 비행기 안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기가 가득 차 있었고 ‘살려달라’는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렸다”고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항공기가 출발한 중국 베이징(北京) 공항에 부인 김홍래씨(30)와 딸 혜정양(7) 어머니(58)까지 배웅나왔다는 김씨는 “무사하다는 소식을 가족들에게 꼭 전해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박선학씨(30·지린성 거주)도 “사고 순간 앞좌석 등받이에 얼굴과 다리를 부딪혀 정신을 잃었다”며 “정신을 차린 뒤 찢긴 동체 틈으로 빠져 나와보니 동체에 불이 붙어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부서진 동체에서 빠져나온 뒤 다른 사람들을 구출하러 들어가고 싶었지만 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 안타까웠다”며 “항공기에서 빠져나온 직후 동체 전체로 불길이 번져 조금만 늦었으면 죽었을 것 같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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