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주민 박영도-최형관씨, 민간인중 맨처음 달려와 구조

  • 입력 2002년 4월 16일 18시 03분


“몸은 좀 어떻습니까. 빨리 나아서 퇴원하셔야죠.”

“감…사…하미다.”

16일 오전 11시반경 경남 김해시 어방동 자성병원 608호실. 하루 전 발생한 중국 여객기 추락 참사로 중상을 입고 입원 중인 중국인 취안청제(43)와 취안씨를 구조한 김해 주민 박영도(朴永導·43) 최형관(崔亨官·42)씨가 손을 맞잡았다.

이번이 두번째 한국 방문인 취안씨는 한국을 보다 많이 알기 위해 지난해부터 한국어 공부를 해 간단한 인사말은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코뼈와 팔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하지만 박씨와 최씨가 자신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란 말을 듣고는 감고 있던 눈을 떠 고마움의 표시로 따스한 눈길을 보냈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구앤씨는 17일부터 22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리는 공작기계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오다 사고를 당했다.

섬유제조업체인 도영싸이징㈜에 과장과 계장으로 근무하는 최씨와 박씨는 TV 긴급뉴스를 통해 여객기 추락사고 소식을 듣고 점심을 먹다말고 1㎞ 떨어진 돗대산으로 달려갔다.

사고 발생 40분 만에 민간인으로는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이들은 비행기 바깥으로 튕겨나와 풀밭에서 신음하는 취안씨를 발견하고는 119 구급대원과 함께 구조해 자성병원으로 옮겼다.

최씨는 “일가 친척 한 명 없는 타국에서 이렇게 중상을 입었으니 가족이 얼마나 보고 싶겠는가”라며 구앤씨에게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주고는 “필요할 땐 언제라도 연락해라”고 말한 뒤 병실문을 나섰다.

박씨도 “빨리 나아서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가라”며 “김해에 있는 동안 시간 나는 대로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구앤씨도 다치지 않은 왼쪽 손을 살짝 흔들어 보이며 미소로 인사를 대신했다.

김해〓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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