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관련자의 증언 및 진술과 언론 보도로 날마다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일부는 사실로 확인되고 있지만 검찰 수사는 아직 지지부진한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는 게임이 아니다”라며 여론의 성급함을 탓하고 있지만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1주일이 지나는 동안 뚜렷한 진척이 없어 수사 의지가 ‘미지근하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는 것.
가장 중요한 수사 대상인 최씨에 대한 조사도 수사 착수 1주일 만인 16일 최씨의 자진출두에 의해 이뤄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최씨를 검거하려 하기보다는 자진출두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야구경기에서 타자가 적극적으로 안타를 치려고 하기보다는 볼넷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 사이 최씨는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최성규(崔成奎·총경)씨, 김희완(金熙完)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과 호텔에서 대책회의까지 가졌다. 수사의 기본인 압수수색도 최근에야 이뤄졌고 대상도 최씨와 그의 사무실 등에 국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과장이 홍콩으로 달아날 수 있었던 것도 검찰의 부실 대응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요직을 맡고 있는 현직 총경이 해외로 도피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런 해명은 평소 검찰의 중요사건 처리 방식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다른 중요인물인 김 전 부시장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출국금지를 해놓았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홍걸씨의 동서 황인돈씨(37) 등 이 사건의 중요인물이 다 잠적하거나 도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 주변에서는 최근 정치권의 ‘묘한 기류’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커지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정치권 등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 ‘보이지 않는’ 견제가 가해진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