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전 과장의 경력과 업무 성격, 해외 도피 직전의 행적 등을 감안하면 최씨의 해외 도피는 배후가 있는 ‘작품’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최씨의 비서였던 천호영(千浩榮)씨는 지난달 28일 시민단체 경실련 인터넷 홈페이지에 최 전 과장이 최씨에게서 수사 무마 청탁 등과 함께 금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최 전 과장의 해외 도피 직전의 행적을 보자. 그는 11일 오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을 방문해 노인수(魯仁洙) 사정비서관을 만났으며 12일 밤부터 13일 아침까지 최씨 등을 만나 대책을 상의했다. 그는 13일 자신의 대책회의 참석 사실이 공개된 직후 경찰청 내 자신의 사무실에 잠시 들렀다가 14일 오전 홍콩으로 달아났다. 자신의 사무실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 전 과장의 해외 도피를 방조했을 가능성에 대해 검찰은 “현직 총경으로 요직에 있는 인물이고 확인된 혐의가 없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의문은 남는다.
노 비서관은 “최 전 과장은 업무상 청와대에 자주 출입했고 11일에도 업무 차원에서 방문했으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나 최씨와 관련된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의 다른 비서관은 “최 전 과장은 11일 오후 2시15분에 와서 청와대에 55분 정도 머물렀지만 사무실 밖에서 한참 기다리다 간단한 보고를 하고 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씨나 홍걸씨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전혀 얘기가 없었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최 전 과장은 대통령 친인척 관련 사안을 다루는 특수수사과의 책임자이고 민정수석비서관실도 같은 사안을 다루는 곳이다.
또 당시 최 전 과장이 최씨의 비리 의혹에 연루됐다는 천씨의 주장이 각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보도된 뒤였는데 그에 관한 얘기가 없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최 전 과장이 검찰 출두를 앞둔 최씨를 만나 대책을 상의한 것도 자의에 의한 행동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년3개월 동안 권력 주변의 내밀한 부분을 다룬 현직 경찰 간부가 섣불리 자의적인 판단으로 비리 의혹의 중심에 있는 최씨를 만나 대책회의를 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종의 임무를 부여받았거나 비리 관련자를 보호하기 위해 출국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이명건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