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방부 청사 인근 도로는 매일 오후부터 저녁 늦게까지 ‘런닝 맨’ 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청사 곳곳에 있는 체력단련실도 땀에 흠뻑 젖은 체육복 차림의 ‘런닝 맨’ 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국방부에서 근무중인 장교와 부사관 등 군 간부들이 이달 중 전군(全軍) 간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체력검정에 대비해 일과 후 ‘몸 만들기’ 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체력검정을 준비하는 군 간부들의 각오는 비장하다. 합격 불합격 만 따지던 종전과는 달리 올해부터는 판정결과가 인사기록에 반영돼 사실상 진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체력검정의 종목별 합격기준은 30세의 경우 △1.5㎞ 달리기 7분14초 이내 △윗몸일으키기 2분에 48회 이상 △팔굽혀펴기 2분에 38회 이상이다.
군 일각의 반발도 만만찮다. 1999년 미군의 체력검정제도를 본딴 현 체력검정제도가 군 간부의 체력향상이라는 취지 대신 진급을 위한 ‘벼락치기 시험’ 으로 전락해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 공군장교는 체력검정에 대비한 연습 도중 심장마비로 숨지기도 했다.
국방부의 이모 소령(35)은 “잦은 야근 등 열악한 여건은 외면한 채 검정기준만 강화한 것은 문제” 라며 “평소 체력단련시간을 보장하는 등 내실있는 군 체력강화 대책이 절실하다” 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