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이 과정에서 사건 관련자들과 사흘간에 걸쳐 치밀한 대책회의까지 열어 검찰수사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져 최씨가 또 다른 구명로비를 벌였을 가능성도 있다.
▽최씨 청와대 협박했나〓최씨는 6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전화를 걸어 “나를 도와주지 않으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와의 관계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성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최씨의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최씨는 9일 기자회견을 열어 “홍걸씨에게 1억여원을 줬다”는 내용 등을 폭로했다.
자신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곧바로 ‘위협사격’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성규(崔成奎·총경)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이 11일 청와대를 방문해 민정수석실 관계자를 만난 것도 최씨가 청와대와 재차 협상을 벌이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정원 상대 구명로비와 대책회의〓최씨는 11일 오전 신건(辛建) 국가정보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나를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씨는 97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김 대통령당선자 보좌역으로 일하며 당시 인수위에 근무하던 신 원장을 알게 된 뒤 친분을 쌓아왔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신 원장이 전화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것은 나와 상의할 일이 아니니 여기 저기 전화하지 말고 떳떳하게 행동하라’며 전화를 끊었다”고 해명했다.
최씨는 또 10∼12일 서울 강남의 호텔 두 군데에서 김희완(金熙完)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최 전 과장 등 관련자 7, 8명과 함께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회의에서는 홍걸씨의 사건 연루사실을 숨기는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로비 없었나〓최씨가 이렇게 전방위 로비를 벌이면서 대책을 마련하려 한 것은 뭔가 ‘숨겨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 아니었겠느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 대책회의 직후 최 전 과장이 돌연 출국한 것도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최씨가 또 다른 권력 핵심 인사나 기관에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최씨가 또 다른 로비를 벌였다면 무슨 관계에 있는 누구에게 어떤 명목으로 그랬는지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최규선씨의 구명로비 및 대책회의 내용 일시 및 장소 내 용 관련자들 해명과 주장 4월6일 최규선씨,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전화해 구명로비 및 홍걸씨와의 관계 폭로 협박(?) “최씨 전화 받은 적 없다”(청와대) 4월10일 서울 강남 R호텔 최씨, 최성규 김희완씨 등 6, 7명과 함께 검찰소환 대응방안 논의 “최씨의 지인들이 모여 최씨를 위로했을 뿐”(김희완) 4월11일 서울 강남 O호텔 최씨, 국정원 신건 원장에게 구명로비 전화. 최성규씨 도피 결정(?) “최씨와 통화했지만 구명부탁 거절했다”(신건) 4월12일 서울 강남 O호텔 최씨, 또 다른 정관계 고위 인사들에게 구명로비 및 협박(?) “홍걸씨 연루사실 은폐문제를 주로 논의했다”(회의 참석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