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 권력핵심에 구명로비

  • 입력 2002년 4월 17일 18시 05분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先)씨가 자신에 대한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진 직후부터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 권력 핵심기관에 직접 구명로비를 벌인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씨는 이 과정에서 사건 관련자들과 사흘간에 걸쳐 치밀한 대책회의까지 열어 검찰수사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져 최씨가 또 다른 구명로비를 벌였을 가능성도 있다.

▽최씨 청와대 협박했나〓최씨는 6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전화를 걸어 “나를 도와주지 않으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와의 관계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성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최씨의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최씨는 9일 기자회견을 열어 “홍걸씨에게 1억여원을 줬다”는 내용 등을 폭로했다.

자신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곧바로 ‘위협사격’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성규(崔成奎·총경)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이 11일 청와대를 방문해 민정수석실 관계자를 만난 것도 최씨가 청와대와 재차 협상을 벌이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정원 상대 구명로비와 대책회의〓최씨는 11일 오전 신건(辛建) 국가정보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나를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씨는 97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김 대통령당선자 보좌역으로 일하며 당시 인수위에 근무하던 신 원장을 알게 된 뒤 친분을 쌓아왔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신 원장이 전화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것은 나와 상의할 일이 아니니 여기 저기 전화하지 말고 떳떳하게 행동하라’며 전화를 끊었다”고 해명했다.

최씨는 또 10∼12일 서울 강남의 호텔 두 군데에서 김희완(金熙完)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최 전 과장 등 관련자 7, 8명과 함께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회의에서는 홍걸씨의 사건 연루사실을 숨기는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로비 없었나〓최씨가 이렇게 전방위 로비를 벌이면서 대책을 마련하려 한 것은 뭔가 ‘숨겨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 아니었겠느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 대책회의 직후 최 전 과장이 돌연 출국한 것도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최씨가 또 다른 권력 핵심 인사나 기관에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최씨가 또 다른 로비를 벌였다면 무슨 관계에 있는 누구에게 어떤 명목으로 그랬는지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최규선씨의 구명로비 및 대책회의 내용
일시 및 장소내 용관련자들 해명과 주장
4월6일최규선씨,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전화해 구명로비 및 홍걸씨와의 관계 폭로 협박(?)“최씨 전화 받은 적 없다”(청와대)
4월10일 서울 강남 R호텔최씨, 최성규 김희완씨 등 6, 7명과 함께 검찰소환 대응방안 논의“최씨의 지인들이 모여 최씨를 위로했을 뿐”(김희완)
4월11일 서울 강남 O호텔최씨, 국정원 신건 원장에게 구명로비 전화. 최성규씨 도피 결정(?)“최씨와 통화했지만 구명부탁 거절했다”(신건)
4월12일 서울 강남 O호텔최씨, 또 다른 정관계 고위 인사들에게 구명로비 및 협박(?)“홍걸씨 연루사실 은폐문제를 주로 논의했다”(회의 참석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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