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총경 긴박한 해외도피…감당못할 더 큰 비리 있었나

  • 입력 2002년 4월 17일 18시 20분


경찰청 특수수사과 최성규(崔成奎) 전 과장의 해외도피에 대해 대부분의 경찰 관계자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 전 과장이 홍콩으로 출국한 14일까지 최 전 과장은 검찰의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서둘러 도피할 이유가 없었으며 최 전 과장과 관련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만을 놓고 볼 때 서둘러 해외로 도피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

우선 지금까지 경찰의 자체 감찰 결과만을 보면 최 전 과장에게 제기된 의혹 중 사실로 확인된 것은 없는 상태다.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先)씨에게서 S건설 유모 이사에 대한 수사를 청탁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최씨에게서 청탁을 받았을 가능성은 있지만 감찰 결과 실제로 최 전 과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수사를 지시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모 병원 원장이 제약사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를 수사하면서 최씨의 청탁을 받고 사건을 축소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은 감찰 결과 같은 건으로 조사받은 다른 병원 의사들도 불구속 입건된 만큼 축소 수사로 보기 힘들다고 경찰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서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날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라도 최 전 과장은 길어야 2년 정도의 실형이 예상되는 만큼 해외도피까지 해야 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최 전 과장이 출국을 결심한 때는 13일 새벽에 끝난 심야대책회의 때일 것으로 보이는 데다 출국한 14일은 일요일이어서 최 전 과장이 충분한 도피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출국한 것도 경찰 내부에서 지적하는 의문점.

이 같은 점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의혹과는 다른 큰 비리에 최 전 과장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경찰 고위간부는 “해외로 도주하기 전날인 13일 밤 최씨와 심야 대책회의를 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경찰청에서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날 밤 경찰청 내 자신의 사무실에 들른 것은 도주하기 전에 반드시 없애야 할 비밀서류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아직 알려지지 않은 대형 비리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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